[싱글 비즈니스] 대한민국에서 싱글족으로 산다는 건?
2014-12-16 18:38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안선희(가명·여)씨는 30대 싱글족이다. 안씨는 세탁기·식기세척기·냉장고 등 간단한 가구가 갖춰진 빌트윈 원룸에 혼자 산다. 아침식사는 이틀에 한 번씩 죽과 과일샐러드를 배달시킨다.
퇴근 후에는 근처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냉동식품으로 저녁을 해결하거나 1인용 테이블이 갖춰진 일본 음식점을 이용한다. 부양가족이 없어 취미생활에도 적극적인 그는 회비 10만원을 내고 격주로 보드동호회 모임에 참여한다.
# 직장인 김영모(가명·남)씨는 서울 신도림에 있는 50㎡(15평) 오피스텔에서 반려견 '꽁치'와 함께 산다. 당분간 결혼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살림살이도 간소하다. 집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볼 때는 값싼 대용량 묶음 상품보다는 비싸더라도 1인분씩 포장된 제품을 고른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생활 전반에 싱글 비지니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싱글족으로 구성된 마을도 등장했다.
싱글 가구의 의·식·주를 사업 아이템으로 성공시킨 사례와 솔로들의 미팅을 다양한 사업 아이템으로 매칭시킨 업체도 등장하는 등 '싱글 경제'가 자리잡고 있다.
늘어나는 싱글족 추세를 반영해 TV에서도 '나혼자산다', '룸메이트' 등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 주요 유통채널에서는 싱글족을 겨냥한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싱글비지니스가 아무리 대세라도 함부로 뛰어들어서는 안된다. 전문가들은 싱글족들의 다양한 연령과 감성, 라이프스타일 등을 먼저 이해해야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싱글족, 10년간 꾸준히 증가…2030년엔 세 집당 한 집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싱글가구는 지난 2000년기준 15.5%에서 2010년 23.9%로 폭풍 성장했다. 2012년에는 25%를 넘어섰다. 오는 2020년에는 30%, 2030년에는 33%로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싱글족이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결혼 적령기 상승, 개인주의 확산 및 가치관 변화로 인한 싱글맘·싱글대디(돌싱족) 인구, 60대 이상 고령 인구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싱글족들은 풍족한 어린시절과 1인 자녀 가구에서 성장했다. 때문에 자유롭고 자기중심적이며, 개성을 드러내는 소비에 적극적이다.
특히 이들은 부양가족과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이 적어 경기불황에도 덜 민감하다. 싱글 비즈니스가 창업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업계는 울트라 소비력을 갖춘 국내 25~40대 싱글족을 최소 10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들이 한 달에 100만원씩 신용카드를 쓴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1조원, 매년 최소 12조원 규모의 싱글비지니스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 싱글 비지니스 시장은 진화중
각 업체들은 오래 전부터 1인가구를 새로운 소비층으로 주목하고 다양한 제품군을 쏟아내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육류와 채소 등을 작은 분량으로 묶어 판매하고, 전자업체는 1∼2인용 가전제품들로 나홀로족을 끌어들이고 있다. 혼자 즐기기 좋은 회전 초밥집과 라멘집도 호황기를 맞고 있다.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1인 식탁을 구비한 식당과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컵밥, 삼감깁밥, 도시락 등의 매출도 늘고 있는 추세다.
10년째 혼자 사는 직장인 김모(39)씨는 "예전에는 싱글족이 원하는 물건을 파는 곳을 찾기 쉽지 않아 주로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구매했다"며 "최근에는 싱글을 타깃으로 한 전문 편집숍과 제품군도 다양해 쇼핑이 편리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