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 “항공사 호재나 정유업계 직격탄. 자동차도 안심 못해”

2014-12-15 16:08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산업계는 그동안 국제유가 하락이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으나 최근 급락세는 무조건 호재라고 판단하기에는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산업구조가 과거에 비해 고도화 돼 유가 하락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상황으로 바뀌었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미래 신수종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 이해득실을 따져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은 항공·해운 등 운송업이다. 지출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유가 하락은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항공사의 경우 비용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35~36%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연간 유류 소모량이 약 3200만 배럴로, 유가가 배럴당 1달러가 변동하면 유류비를 3200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도 유가가 떨어지면 연료비가 적게 들어 선박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고, 원유가 쌀 때 미리 사놓으려는 수요도 몰릴 것으로 예상돼 유조선 발주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도 최근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중대형차 차랑 분야에서 유가 하락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경기 불황에 고유가까지 겹친 상황 속에서 마진율이 높은 중대형 차급의 판매는 직격탄을 맞았는데, 최근의 상황이 이러한 우려를 조금씩이나마 개선시켜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정유업계는 유가 급락으로 인해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 마진이 줄고 재고평가 손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1∼3분기 9711억원의 대규모 적자로 영업이익률 -1.1%를 기록하고 있다. 연말까지 이들 업체의 연간 적자규모는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사업 및 조직 통폐합, 인력 구조조정, 예산 삭감 등의 개혁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업체별로 10∼20%의 조직 축소를 단행했고 예산도 20∼30% 삭감한 상태다.

조선·플랜트 산업은 득실을 장담할 수 없다. 유가 하락을 주도한 세일가스 개발 붐 덕분에 신조 발주 불황이 개선되는 듯 했다. 하지만 세일가스 부문보다 규모가 큰 원유 개발 관련 육·해상 플랜트 프로젝트가 채산성 악화 등을 이유로 발주를 중단 또는 연기할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수주 불황이 지속될까 고민이다.

수혜 업종으로 나뉘는 전자도 제품 생산에 소요되는 석유제품 원재료 수입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제품가격 하락, 판매마진 향상 등으로 이어지는 등 눈에 띄는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도 러시아와 중동 등 산유국 경기 둔화로 자동차 해외판매 감소에 대한 우려감이 크며, 자동차업계가 사활을 걸고 추진중인 친환경 자동차 판매도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