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른에게는 동감, 젊은이에겐 공감 영화 ‘국제시장’

2014-12-15 10:18

[사진=영화 '국제시장'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제작 JK필름)은 우리 한국의 슬픈 역사를 관통한다. 1945년 광복과 함께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났지만 1950년 한국전쟁으로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갈렸다. ‘국제시장’은 2014년 지금 20대에게는 할아버지에 대한, 40~50대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며 70~80대에게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될 영화다.

한국전쟁 당시 함경남도 흥남에서 살고 있던 덕수 아버지(정진영)는 중공군이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내(장영남)와 아들 덕수(황정민), 막내 끝순이(김슬기)를 데리고 피란길에 올랐다. 둘째 딸은 덕수에게 맡겨 놓았다.

‘흥남철수 작전’ 피란선에 겨우 올랐지만 덕수는 자의가 아닌 타의로 동생을 잃어버리고, 덕수 아버지는 딸을 찾겠다며 유엔군의 배에서 내렸다.

결국 남은 가족들만이 부산에 내릴 수 있었다. “꽃분이네에서 만나자”는 아버지의 마지막 외침에 덕수네는 고모(라미란)를 찾아간다.

오빠를 두고 왔다는 소식에 속이 상하지만 그래도 가족이라 덕수네를 거두어들인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던 덕수와 가족들.
 

[사진=영화 '국제시장' 스틸컷]

자신 때문에 아버지, 여동생과 헤어졌다고 자책하던 덕수는 부산에서 만난 친구 달구(오달수)와 함께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고모를 도와 꽃분이네를 지키던 어느 날 덕수는 꿈에 그리던 해양학교에 합격했다는 통지서를 받는다. 큰 배의 선장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공부를 잘하던 남동생의 학자금을 위해 자신은 희생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돈이 부족했던 덕수는 달구의 꾐에 넘어가 독일 광산에 일을 하러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영자(김윤진)는 독일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조국을 떠나온 간호사였다. 매일 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시체를 닦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영자에게 첫눈에 반한 덕수. 그런 덕수가 싫지만은 않았던 영자는 어느 날 끔찍한 소식을 접한다. 덕수와 달구가 메탄가스 폭발로 갱도에 갇혔다는 소식이었다. 덕수와 달구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고 결국 영자와 인연을 맺는다.

한국으로 금의환향한 덕수를 맞이한 가족들. 고모는 덕수에게 꽃분이네를 넘기겠다고 했다. 가족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덕수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모가 돌아가시고 고모부는 곧바로 꽃분이네를 팔아버리겠다고 선언한다. 어떻게든 꽃분이네를 지키고 싶었던 덕수는 고모부에게 자신이 사겠다고 했다. 꽃분이네를 사기 위해 다시 해외로 돈을 벌러 떠날 수밖에 없는 덕수. 영자는 그런 덕수가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는 자신을 위해서 살아보라”는 영자의 울부짖음에도 덕수는 달구를 꾀어 베트남으로 향한다.
 

[사진=영화 '국제시장' 스틸컷]

연출을 맡은 윤제균 감독은 50년 이상의 한국사를 러닝타임 126분에 적절히 녹여냈다. 역사를 표현하기에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꼭 필요한 이야기를 덕수를 통해 풀어냈다.

영화의 중심에서 20대부터 70대까지를 연기한 황정민은 명불허전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영화’라는 얘기에 바로 출연을 결정한 그답게, 그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의 내면을 메소드 연기로 풀어냈다.

이민 1.5세대 김윤진은 부모님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쿠웨이트로 돈을 벌러 간 아버지, 양로원에서 비슷한 일을 했던 어머니를 생각한 김윤진의 연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영자의 마음을 느끼게 했다.

천만영화 단골 배우 오달수, 나이를 초월해 선배 황정민의 어머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장영남, 신스틸러 라미란, 통통 튀는 연기자 김슬기, 적은 분량이지만 없어서는 안 될 정진영까지 모두가 ‘국제시장’의 일원으로 영화를 완성시켰다. 오는 17일 12세 관람가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