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광풍] 정부가 '대출 욕구'에 부채질...내년이 더 문제
2014-12-14 08:00
물론 서민들의 자금난을 해소해 준 측면도 있지만 문제는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채무자와 금융사 모두 상당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의 영향으로 대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기 활성화 정책에 회의론 확산
14일 정치권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른바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기활성화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KDI 경기전망'을 통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산정방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비거치식, 분할상환 방식의 대출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자산 유동화시장을 활성화해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지난 11일 열린 '다가올 40년 장기불황, 한국 경제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경기 활성화 정책을 비판했다.
안 의원은 "가계 부채를 낮추는 게 유일하게 내수 시장을 살릴 길"이라며 "그런데 오히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해 부동산 경기부양 효과는 없고 가계부채만 급속히 증가시키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지난 10월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초이노믹스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들이 쏟아졌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정부가 가계 빚, 기업의 미래 준비금까지 총동원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일본의 실패한 정책을 닮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도 "재정적자와 가계부채 등 적자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대출 부실화 우려…내년이 더 문제
단순히 대출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가계대출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늘어날 경우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더욱 문제다. 실제 LTV·DTI가 완화되고 기준금리가 두차례 인하되자 생활자금용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수요가 늘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규제완화 이후 주택 구입보다 생활자금, 사업자금 등을 위한 추가 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이 확대됐다"며 "보유 부채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향후 금리나 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부실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전체적으로 부채의 총량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는 느낌이 있다"며 "생계비 위주 또는 저소득층 중심으로 대출이 크게 늘었다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내년에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경우 부채 증가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들어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이 당초 전망치보다 잇따라 하향 조정되면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점증되는 저물가와 부진한 지표 및 심리 회복세를 감안하면 기준금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내년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KDI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8%에서 3.5%로 하향 조정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후 "금리인하 이후 부채 증가폭이 커진 것이 사실이고,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수준으로 가까이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급증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 대출을 막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창배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워크아웃 등을 통해 빚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저소득층에 대한 은행 대출을 제한하고, 정부가 저소득층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