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트남 FTA, 2년4개월만에 타결…경제영토 80% 확장

2014-12-10 19:36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우리나라와 베트남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28개월만에 최종 타결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동남아지역 수출 길이 확보됐다. 특히 이번 FTA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 영토가 80% 가까이 늘어나게 되면서 통상국가로서의 위상이 높아질 전망이다.

◆ FTA 경제영토 80% 돌파…세계 2위 경제영토 국가로 부상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모두 47개 국가와 FTA를 체결했다. 현재 콜롬비아와 호주, 캐나다 등 3개 나라와 FTA 협상이 타결돼 발효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특히 지난 달 타결된 중국과의 FTA체결로 경제영토 확보 순위가 기존 세계 5위(60.9%)에서 3위(73.2%)로 올라섰다. FTA 상대국만 51개 나라로 늘어나면서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73%에 이르고 있는 정도로 크다.

여기에 베트남과의 FTA가 타결되면서 앞으로 경제영토는 80%를 돌파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경제영토가 85%인 칠레, 78%인 페루를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영토를 보유한 국가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과의 FTA가 체결될 경우 양국간 경제통상관계는 물론, 동남아 수출시장의 거점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세계 10대 경제권 국가 중 유일하게 유럽연합(EU), 미국, 중국과 모두 FTA를 구축한 만큼 외국인투자를 유치해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도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 2년4개월 동안 8번 머리 맞댄 한·베트남…양국 정상회담 계기로 극적 타결

한국과 베트남은 지난 2012년 8월 양국 통상장관 회담에서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8차례 협상을 가졌다. 이후 8일부터 열린 9차 협상에서 상품 양허 분야 조율을 이어가는 한편 서비스·투자 등 분야별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앞서 양국은 농산물시장 등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다가 지난 5월 열린 5차 협상에서 대부분의 이견을 해소했다. 특히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것을 계기로 양국 간 FTA 협상은 연내 타결의 청신호가 켜졌다.

당시 양국 정상은 올해 안으로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FTA 체결 계획을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협상에 물꼬가 트인 것. 여기에 오는 11일부터 부산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중 양국 정상이 만나기로 하면서 실질적인 타결에 임박하기에 이르렀다.

실제 이날 양국은 상품, 서비스·투자 등 모든 핵심 쟁점에 대해 최종 합의를 도출했다. 협상 개시 후 2년 4개월만에 최종 타결이다. 이번 FTA의 타결을 통해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인 '전략적 FTA 네트워크 추진'이 결실을 맺게 된 셈이다.

◆ 우리나라의 최대 투자대상국…양국간 경제통상관계 강화

베트남은 인구 약 9000만의 떠오르는 신흥시장이자 매년 약 5~6%의 경제 성장국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최대 투자대상국이자 2위의 교역 대상국에 해당하는 주요 교역·투자 대상이자 경제협력 파트너다.

한국의 대 베트남 수출액도 2013년 기준 210억8800만달러로 전년대비 30% 이상 늘어났다. 수입액은 71억7500만달러로 무역수지는 139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등 양국은 무역 부분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합류하는 등 세계 1·2위 경제대국(미국·중국)과 경제적으로 독특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에 이번 협상 타결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향후 남은 다자협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FTA 타결로 관세가 철폐될 경우 수출 확대로 국내 기업들의 동남아지역 운신폭을 더욱 넓혀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은 내수시장이 크고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점에서 시장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 한국산 공업제품의 수출 문턱 낮아진다…상생형 FTA 효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베트남은 우리 기업의 글로벌 가치 사슬에 있어 핵심적인 조립·가공단지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은 반도체, 무선통신기기부품, 합성수지, 편직물, 평판디스플레이 등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현지 기업만 3300여개에 달한다.

이처럼 양국 간 밀접한 무역환경을 감안했을 때 FTA를 통한 자동차 부품, 합성수지, 편직물, 아연도강판 등 주요 소재·부품 품목의 관세 철폐가 우리 수출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 기업의 경우 소재·부품 등 중간재 수출의 증가가 예상되며, 베트남은 해외 투자 유치 확대 및 대세계 수출 증가의 효과를 갖는 상생형 FTA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섬유(면직물, 편직물), 자동차 부품(엔진, 에어백, 서스펜션 등) 등 기술력을 갖춘 우리 중소기업 품목이 다수 개방되, 동남아 시장 진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향후 소비재 수요가 예상되는 베트남 시장에서 승용차(3000cc이상), 화장품(스킨로션, 파우더), 생활 가전(전기 밥솥, 믹서기, 전기다리미,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등)과 같은 소비재 품목을 다수 개방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소재·부품 중심의 수출 품목을 최종 소비재 등으로 다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이 밖에 서비스 분야에서는 건설, 도시계획·조경, 기타기계”장비임대 분야를 추가 개방됨으로써 베트남의 도시화 및 경제발전에 따른 건설시장 진출에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게 됐다. 서비스 챕터에 투명성 조항 및 금융 분야 인허가 180일 이내 신속처리 원칙 등을 규정하는 등 베트남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