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총수일가 유한회사 씨케이에 돈붓기 왜?
2014-12-10 15:46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가 100% 출자로 유한회사 씨케이를 세운 뒤 잇단 증자와 대출로 자금지원을 늘리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경영컨설팅업체인 씨케이는 계열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 외에 드러나게 하는 일이 없어 총수나 2세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장형진 회장 2세인 세환 씨는 2013년 12월 6일, 이달 5일 각각 26억원, 9억원을 씨케이에 빌려줬다.
이 회사는 총수 일가로부터 돈을 빌리고 있을 뿐 아니라 2013년 9월, 올해 4월 2차례에 걸쳐 추가 출자도 받았다. 잇단 증자로 총 157억원이 들어오면서 자본금은 35억원에서 192억원으로 늘어났다.
2012년 10월 9일 설립된 씨케이는 약 보름 만인 같은 달 25일 시간외매매를 통해 코스닥에 속한 계열사인 시그네틱스 지분 358만주를 사들인다. 들어간 돈은 1주 평균 2795원씩 총 100억원이다.
씨케이가 당시 자본금 35억원보다 약 3배 많은 돈으로 주식을 매수했지만, 같은 해에는 대출 사실을 밝힌 바 없다. 시그네틱스 주식을 사기 위해 어떻게 자금을 만들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씨케이는 회사를 세운 첫해인 2012년뿐 아니라 이듬해도 매출이 전혀 없었다. 해마다 순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다.
시그네틱스 지분을 매수한 것도 수십억원대 평가손실을 입히고 있다. 씨케이가 주식을 사느라 100억원을 썼지만, 지분 평가액은 이날 시그네틱스 종가(1450원) 기준 52억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시그네틱스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약 31% 하락했다.
애초 장형진 회장 및 배우자 김혜경 씨, 2세 세준(장남)ㆍ세환(차남)ㆍ혜선(장녀) 씨 5명은 총 35억원을 출자해 씨케이를 만들면서 지분을 각각 20%씩 나눠가졌다.
이에 비해 증자를 거치면서 '부자'가 보유한 지분은 장형진 회장 24.67%, 세준 씨 24.67%, 세환 씨 24.67%로 증가했다. 반면 '모녀' 지분은 김혜경 씨 7.16%, 혜선 씨 18.83%로 줄었다.
유한회사인 씨케이는 아직 외부감사법 대상이 아니다. 외감법이 개정됐지만, 2017년부터 적용돼 아직 감사보고서를 내놓지 않아도 된다.
씨케이 관계자는 "이번 차입은 만기 도래한 빚을 일부 갚고,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계열사 영풍전자가 사업장을 두고 있는 경기 안산 단원구를 주소지로 삼고 있다. 장형진 회장이 대표인 동시에 유일한 직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