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공무원연금·사자방’ 곳곳 지뢰밭, 친박 VS 비박 갈등…세종시 평행이론 현실화되나

2014-12-09 16:30

정윤회씨(왼쪽)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새누리당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인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이 연말정국의 화약고로 부상한 데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 빅딜의 이견차로 ‘친박(親朴·친박근혜)계’와 ‘비박(非朴·비박근혜)계’의 갈등이 서서히 증폭되는 모양새다.

특히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사이 새누리당 지도부는 ‘갈지자(之) 행보’로 일관, 당내 갈등조정도 당외 주도권도 모두 실기하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집권여당의 ‘세력분열’이 초읽기에 돌입한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모호한’ 대(對) 청와대 관계로 논란의 대상이 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행보에 따라 이명박(MB) 정권 2년차 말과 3년차 초기(2009∼2010년) 당시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을 둘러싼 치킨게임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비선정국서 親朴-非朴 ‘따로 행보’

실제 9일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는 따로 행보를 이어갔다. 당 차원에선 공무원연금과 사자방 국조 빅딜을 위한 대야 협상에 나선 반면 대표적인 친이(親李·친이명박)계인 이재오 의원은 ‘개헌추진국민연대’ 출범식에 참석했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개헌추진국민연대 출범식 및 국회의원 초청강연'에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개헌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비선정국에서 ‘우리 당은 대통령과 한 몸’이라는 점을 강조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의 주례회동을 통해 오는 10일 ‘2+2 연석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핵심 의제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사자방 국조 △선거구 재획정 문제 논의를 위한 정치개혁특위 구성 등이다. 새누리당 김재원,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이같이 전한 뒤 “연내에 특별감찰관 추천과 세월호 배·보상법 등을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비박계 내 친이계의 가장 민감한 사안인 공무원연금과 사자방 국조 빅딜을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반면 친이계 좌장격인 이 의원은 같은 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개헌추진국민연대’ 출범식에 참석했다. 범시민연대에는 이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조해진,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등 여야 정치권 물론 종교계, 시민사회단체가 합류했다.

‘개헌의 골든타임’을 외친 이 의원은 이날 출범식에서 “여당이 대통령 눈치보는 당이 됐다”고 말했고, 8일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부의 소통과 도덕성 결여를 염두한 듯 “정치를 담당하는 사람의 책무다. 특히 권력의 정상에 있는 사람의 덕목이기도 하다”며 “국민의 눈으로 보고 국민의 귀로 들으라는 것”이라고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 비선정국, 세종시 재판되나…“당내 레임덕 국면”

정윤회 문건·공무원연금과 사자방 국조, 양당 중점법안 처리 등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다. 2인자를 만들지 않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 특성상 정부 지지율과 집권여당의 청와대 의존도는 ‘정비례’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회 본청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실제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윤회 문건 파문’ 이후 급락했다. 12월 첫째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6% 포인트 하락한 46.3%로 집계됐다.

중앙일보의 종합방송편설채널인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5일과 8일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선 박 대통령 지지율이 39.7%까지 추락했다. 이틀간 조사이지만, 리얼미터 조사 이후 최저치다.

여권 내 비박계의 불만이 서서히 표출되는 까닭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절대적인 청와대 방패막을 자처하지 않은 이유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눈여겨 볼 대목은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강(强) 대 강(强)’ 국면으로 이어질 경우 비선정국이 이명박 정부 당시 여권 내 갈등의 ‘끝’을 보여줬던 세종시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 비주류였던 친박계는 ‘여당 내 야당’으로 통하며 친이계를 궁지로 몰았다.

문제는 지지율이다. 박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2009년,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35∼40%(리얼미터)를 기록했으나, 2010년 1월 둘째 주부터 지지율이 수직 하강했다.

리얼미터 1월 첫째 주에서 40.4%를 기록했던 박 대통령은 1월 둘째 주 38.7%를 시작으로, 2월 첫째 주 35.5%, 2월 넷째 주 29.7%로 추락했다. 불과 한 달 반 만에 10%P 이상이 빠진 셈이다. 당시 1월은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을 둘러싼 ‘친이 대 친박’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시점이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물론, 차기 대권주자의 구심점이 없다보니까 여당 내 세력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국민대상 지지율만 보면 레임덕은 아니지만, 당내 정치적 레임덕은 시작됐다. 갈등이 확산될 경우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갈등의 평행이론 현상이 재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