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개혁 신호탄 ‘오픈프라이머리’ 정당정치 毒 될라
2014-12-07 14:00
새누리당은 보수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문수)가 지난 1일 ‘오픈프라이머리 전면 도입’과 ‘전략공천제 폐지’를 의결한 데 이어 5일에는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당론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새정치민주연합도 지난 4일 ‘한국형 오픈프라이머리로 혁신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이끄는 국회의원연구단체 ‘한국적 제3의 길’도 8일 같은 주제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등을 초빙해 토론을 벌인다.
여야가 이처럼 ‘오픈프라이머리’를 화두로 삼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정치의 고질적 폐해의 근원이 후진적 공천 문화라는 자각에서다.
여야는 현재 정당이 쥐고 있는 국회의원, 대권주자에 대한 공천 권한을 국민에게 돌려주면,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투명한 공천이 이워질 수 있다는 기대다. 그러나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정당정치에 뿌리를 둔 한국의 정치 지형이 오픈프라이머리란 이상을 실현하기엔 아직도 척박하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는 현재 여야 모두 대부분의 공천은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가, 전당대회는 계파연합체인 조직강화특위가 쥐고 있다는 데 있다. 중앙당이 전권을 휘두르는 상황에서 국민이 공천에 끼여들 틈이 없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모두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시 ‘상향식 추천’을 공언하면서도 현실은 새누리당은 당원협의회를, 새정치연합은 지역위원회를 두고 위원장을 현역 국회의원이 맡는다. 이마저도 중앙당 공심위에 예속돼 있어 공심위가 후보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전형적인 하향식 공천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 공심위에 외부인사를 끌어들여 ‘객관성’을 높이고 있지만 오히려 당내 분란을 일으켜왔다. 실제로 계파별로 당내 권력을 분점하도록 도왔고 결과적으로 정당 체질만 약화시켰다.
더구나 한국형 오픈프라이머리는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현역 의원·정치인들의 프리미엄이 고착화되고 유능한 정치 신인의 등장을 막는 장애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이미 현역 의원들은 언론이나 여러 행사에 자주 노출돼 대중 인지도가 높다. 더구나 오랫동안 지역구를 관리해 조직을 장악하고 있고 후원회 등을 통해 다음 선거를 위한 곳간도 착실히 채워 뒀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대중 인지도나 조직 및 자금 동원력이 현역 의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정치 신인들에게 오픈프라이머리는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5일 새누리당 보수혁신위 주최 공천개혁 토론회에서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역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라면서 “여성, 사회적 약자 등은 이 제도를 통해서는 당선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국회의원 선거도 공휴일로 지정하고 전국적으로 계속 홍보해도 (투표율이) 50%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훨씬 중요성이 떨어지는 오픈프라이머리에 사람들이 얼마나 참여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정치 불신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할 경우, 정당정치 자체가 위기로 내몰릴 것이란 우려도 팽배하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오픈프라이머리는 선(善)이 아니고, 전략공천도 악(惡)이 아니다”라며 “공천권은 원래 정당의 것이다. 정당이 제대로 행사하고 그에 대해 국민에게 평가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 공천선거개혁소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정당정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우려하는 부분”이라며 “여성과 정치 신인들의 경우 어떻게 진입장벽을 낮출 것이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