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눈먼 돈' 오명 벗을까…정부 부정수급 종합대책 발표

2014-12-04 15:02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그 동안 '눈먼 돈'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국고보조금의 부정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보조금 부정수급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국고보조금은 국가가 특정 사업을 조성하거나 재정상으로 원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에 사업비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제도지만 비리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정부는 지난 2011년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뿌리가 뽑히진 않았다.

지난 1년 간 국고보조금 부당 지급으로 새어나간 돈이 3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검경이 공조해 국가보조금 비리를 집중 단속한 결과, 부정수급자 5552명을 적발하고 찾아낸 부정수급액은 3119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국고보조금이 '눈먼 돈'이라는 오명을 쓴 데에는 예산이 방대한데다 사업 수는 많고 이를 관리해야할 사업주관기관도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4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 종합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보조금 부정 수급의 감시·감독·벌칙 강화를 위해 거짓 신청 등 부정한 방법으로 1차례 이상 보조금을 받은 보조사업자와 수급자에 대해 사업 참여와 지원을 영원히 금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One-Strike Out)을 시행하기로 했다.

거짓 신청 등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수급해 유죄판결을 받으면 2년간 국가 발주사업의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으면 해당 보조금을 다른 권리에 우선해 환수하고 부정수급액의 5배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도 부과하기로 했다.

부정수급자에 대해서는 보조금 소관 부처 홈페이지 등에 이름(법인명), 부정수급 일시·내용 등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종전까지 보조금 부정수급에 대해 징역, 벌금, 환수 벌칙 규정은 있었지만 보조사업 참여 제한, 가산금, 과징금 등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었다.

100억원 이상 신규 보조사업에 대해서는 효과성, 정책성을 평가하는 사업의 적격성 심사 제도를 도입하고 정부가 재량으로 지출할 수 있는 신규 보조사업에 대해서는 3년마다 지속 여부를 심사하는 일몰제를 2016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심사를 통해 부정수급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사업은 폐지를 추진한다.

유사·중복 보조사업도 상시적이고 체계적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부처별 실태 점검 결과, 99개 사업이 유사·중복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부정수급 신고 센터를 국민권익위원회의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110)로 일원화하고 부정수급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신고로 직접적인 국가 수입 회복·증대, 비용절감 등의 효과가 발생하면 별도의 보상금도 20억원 한도 내에서 지급한다. 내부 고발자와 기관포상 제도도 도입한다.

보조금이 투입된 시설의 매매나 담보제공 등을 막기 위해 등기서류에 보조금이 지원된 시설이라는 사실을 등기서류에 명시하는 부기등기제도가 시행한다.

부정수급의 체계적 방지 차원에선 보조금 정보 전반을 관리·공개할 '국고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을 올해말까지 구축, 내년부터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보조사업자 간 경쟁 활성화를 위해 공모사업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보조금 10억원 이상의 보조사업자는 보조사업 회계보고서를 공시하도록 하고 연간 1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보조사업자나 수급자에 대해서는 2년마다 외부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노형욱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은 "이번 대책을 통해 연간 1조원 이상의 재정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