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회계 서류 미제출' 한국노총 국고보조금 끊었다
2023-05-02 11:08
정부가 한국노총에 매년 지급하던 국고보조금을 끊었다. 노동조합 회계 장부를 정부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노총은 '노조 길들이기'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정부는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노조에는 앞으로도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 26억 규모 지원사업 탈락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노총 본부는 최근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노동단체 지원사업에서 탈락했다. 고용부는 지난달 28일 한국노총에 보낸 '2023년 노동단체 지원사업 심사 결과 알림' 공문에서 "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지원 대상 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았다"고 통보했다.
정부는 매년 노사 상생·협력 증진 명목으로 노동단체와 비영리법인을 선정해 국고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해마다 26억원 규모 국고보조금을 신청해 지원받았다. 올해 지원사업 규모는 노동단체 44억7200만원, 비영리법인 11억3000만원 등이다.
고용부는 지난 2월 노조 자율적 회계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조합원 1000명 이상인 334곳에 대해 자율점검 기간을 운영하고 점검 결과와 관련 증빙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노사 법치주의'를 내세운 윤석열표 노동 개혁 일환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같은 달 20일 "올해부터 회계 관련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노동단체는 지원사업에서 배제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 원칙 지켜야 지원금 지급"
한국노총은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에서 탈락한 데 대해 정부가 돈으로 노조를 길들이려는 시도라고 맹비난했다. 국고보조금 지원과 노조 일반회계는 별개 문제인데 이를 결부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조합원들이 낸 돈은 별도 외부회계 감사를 받으며 투명하게 집행하고 있다"며 "정부에 회계 자료 내지까지 제출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내세운 지원사업 선정 원칙에 대해선 "회계와 관련한 정부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한국노총이 굽힐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노조 측 반발에도 정부는 국고보조금 지원 원칙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는 한국노총 탈락 등으로 예산이 모두 소진되지 않음에 따라 이달 중순쯤 지원사업 재공모에 들어간다. 고용부 관계자는 "재공모에서도 회계 자료 제출을 비롯한 법적 의무를 다한 기관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근로자의 날인 1일 페이스북에 "진정한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