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해외펀드 투자 망설여지는 이유

2014-12-03 10:54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유럽펀드에 가입했던 A씨는 펀드 수익률이 나빠 환매를 신청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돈을 주지 않는다. 금융사에 물어보니 보름이 걸린다고 답해줬다. A씨는 당황스러웠다. 국내펀드라면 사흘이면 돈을 받을 수 있다. 유럽펀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A씨는 난감해졌다. 당장 써야 할 돈이 이자도 없이 열흘은 더 묶여 있어야 한다.

초저금리 탓에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돈 안 되는 정기예금보다는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눈길이 이동할 수밖에 없다. 해외펀드는 수익률도 짭짤하다. 이달 1일까지 3개월 동안 해외주식형펀드(612개)는 약 3% 수익을 올렸다. 반면 국내주식형펀드(839개)는 5%대 손실을 냈다.

그러나 해외펀드는 불편하다. 펀드마다 다르지만 해외펀드 환매는 15일 안팎이 걸린다. 중국펀드는 달마다 두 차례 대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환매를 신청한 후 한 달 넘게 걸리기도 한다. 자산운용업계는 해외펀드 특성상 해당국가 규정에 맞춰 주식이나 채권을 팔아야 하고, 송금하는 데에도 시간이 더 든다고 얘기한다. 맞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환매 시스템은 개선될 수 있다. 송금하기 위해 직접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게 아니다. 전산으로만 결제하는데 열흘 이상 걸릴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해외펀드에 주던 '손실상계' 혜택이 내년부터 사라진다. 결산을 해마다 하고 수익 가운데 약 15%는 세금으로 가져간다. 이에 비해 올해까지는 원금을 기준으로 손실을 입었는지, 수익을 냈는지 평가해왔다. 반면 앞으로는 본전을 잃었더라도 세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불편한 환매에 세금 폭탄까지 더해지면 투자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당국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정책 지원으로 서민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