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중국을 보다] 제 2의 '별그대'가 필요하다
2014-12-03 14:11
지난 2월 27일 종영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극본 박지은·이하 '별그대')가 중국에서 남긴 기록이다. 중국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 '블러드'로 먼저 이름을 알린 전지현의 '별에서 온 그대'로 출연한 김수현의 등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300년째 지구에 살고 있는 외계인 도민준 역을 맡았던 김수현은 아이치이로부터 중국 동영상 사이트 최다 조회수 기록에 대한 감사패를 받았고, 35편의 중국 광고에 출연하는 등 일약 한류 스타가 됐다. 37억 중국인을 사로잡은 그가 벌어들인 광고 모델료와 행사비만 300억원을 웃돈다.
'별그대'의 뒤를 이어 중국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극본 김은숙·이하 '상속자들')이다. 국내에서는 먼저 상영됐지만 '별그대' 인기에 힘입어 '다시보기' 열풍이 불었고 중국에서 10억 뷰(유큐닷컴)를 돌파하며 이민호의 인기를 검증했고 박신혜를 차기 한류 여배우 명단에 올려놨다. 그래도 '별그대'의 총 37억 뷰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조선 총잡이'(4억 뷰·중국 인터넷 사업자 텐센트 기준·이하 동일),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1억 뷰), '아이언맨'(1억 뷰), '백년의 신부'(2억 뷰)도 중국 한류의 후발 주자로 나섰지만 '별그대'의 인기를 따라잡기란 역부족이다.
'별그대'와 '상속자들'의 인기에 편승해 둘을 교묘히 결합한 중국영화 '별에서 온 상속자들'도 탄생했다. 아예 '중국 최초의 합체 드라마'라는 설명으로 '별그대'와 '상속자들'을 짜집기 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류 드라마를 베낀 아류작의 탄생이 마냥 씁쓸하지만은 않다. 우리 드라마의 작품성과 상업성을 인정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한·중 FTA 체결이다. 엔터테인먼트 무역 장벽이 허물어진 지금 중국이 무분별한 베끼기와 이를 통한 창작, 물적 공세로 아시아 연예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기 전에 '제 2의 별그대'를 제작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 관계자는 "'별그대'와 '상속자들' 이후 많은 드라마가 중국에 진출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비하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시청자들의 높아진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이 밑바탕 된 드라마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염려했다.
'제 2의 별그대'가 늦어지는 배경에는 국내 제작 인력의 중국 진출도 한 몫하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국내 유수의 연출진이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별그대'와 '상속자들'을 잇는 작품 제작에 차질이 생겼다는 우려다. 실제로 이민호 예능3부장 이하 32명의 MBC 제작진은 중국에서 예능 프로그램 '용감적심(勇敢的心)'을 만들었고, '주군의 태양'과 '닥터 이방인'을 연출한 진혁 PD는 '닥터 이방인'의 전 스태프와 함께 '남인방2((男人帮2)'를 제작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승범 한류연구소장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제 2의 별그대'가 탄생해 중국 한류의 불씨를 더욱 뜨겁게 달궈야 한다"면서도 "후속작이 없다고 미국 드라마를 실패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미국 드라마처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문화는 한류밖에 없다. 국내 제작진의 중국행은 한류의 영역 확산을 위한 것일 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며 조급한 마음을 버리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