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수설 키우는 외국계은행 고배당 논란

2014-12-02 15:24

[그래픽=아주경제 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고(高)배당 의혹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 은행은 배당금과 관련해 번번히 '국부유출'논란에 시달려 왔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SC금융지주가 향후 2년간 총 4500억원 이내의 배당을 실시한다.  1조원대의 배당을 추진할 것이라는 설이 있었지만 이보다는 축소된 배당규모다.

한국SC금융지주는 오는 5일로 예정된 정기이사회에 올해 중간배당안을 상정한다. 중간배당규모는 1500억원 이내다. 배당금은 그룹 본사로 넘어간다.

중간배당과 함께 관련 승인 절차를 거쳐 2015년 회계연도까지 3000억원 이내의 배당을 추가로 추진한다. 즉 2년에 걸쳐 총 4500억원 이내의 배당을 실시한다는 의미다.

당초 제기됐던 1조원 고배당 논란은 SC은행이 배당금을 본사에 송금하려는 계획이 담긴 내부 문서가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정기검사 과정에서 이 문건을 확인했다. 보고서에는 SC그룹이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11억 달러(약 1조2000억여원)에 이르는 돈을 본사로 송금한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SC은행은 SC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종속회사이지만 SC금융지주의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SC금융지주 지분은 영국 SC은행 본사가 사실상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외국계 금융사의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SC금융지주는 2010∼2013년 배당성향이 29.9∼83.8%에 달해 다른 국내 시중은행보다 높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에는 실적 악화로 배당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2년 당기순이익이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는데도 배당금은 오히려 2011년 810억원에서 2012년 1200억원으로 늘어 논란을 빚었다.

씨티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씨티은행은 경영자문료·전산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해외용역비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해외용역비로 2013년 당기순이익 절반에 해당하는 1390억원, 2012년 초에는 배당으로 875억원을 본사에 송금했다. 씨티 노조가 추산한 본사 이전자금은 지난 9년간 약 7541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외국계은행들은 고배당 논란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씨티은행의 과거 5년간 배당성향은 높은 편이 아니다"며 고배당 논란을 일축했다. 이어 그는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배당하겠지만 사실 배당 여력은 대단히 많다"고 말했다.

SC은행 역시 연간 수익률에 비해 배당금액은 낮은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아제이 칸왈 한국SC금융지주 회장은 "이번 배당을 통해 과거 적절히 배당을 해 오지 못한 문제가 어느 정도 개선되고 한국 시장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한 배당은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계은행의 경우 철수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