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으로의 회귀, 한·일 재계회의 재개 의미는?
2014-12-01 09:3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50년 전, 한국을 방문한 일본 경제사절단이 대학생 데모대에 쫓겨 국립묘지 참배를 취소하는 소동은 없었다.
오히려 극력한 반대보다 더한 외면과 무관심이 한·일 양국 경제계 인사들에게 더욱 더 무거운 압박감을 심어줬다. 한·일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대변해 주는 듯했다.
1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제24회 한·일 재계회의’가 개최됐다. 2007년 11월 13일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제23회 회의가 개최된 후 7년 만에 열린 양국 재계 회의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내각으로부터 불거진 역사·정치적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한·중 관계는 한층 가까워진 가운데 진행됐다.
2시간 30분이라는, 다소 짧은 시간 동안의 회의는 △한일 양국 경제정세 △아시아 경제통합 △한·일 산업협력(환경‧에너지, 서비스산업, 미래산업, 제3국 협력, 안전‧방재) 등 3개 세션 이외에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사업에 관해 논의한 뒤 공동 성명서 발표를 끝으로 마무리 됐다. 논의 과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양국간 대화 재개였다. 50년 전이나지금이나 양국 경제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같았다.
한·일 국교 수립을 위해 정부로부터 역할을 부여 받은 경제계 기업인들은 일본의 재계 인사들과 접촉해 1965년 4월 21일 일본 경제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해 1차 간담회를 개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이듬해인 1965년 6월 22일 양국은 국교 정상화 조약 체결이라는 성과를 낳았다.
2007년 회의 중단의 큰 원인으로는 정치적 사안의 중대성도 있지만 한국 경제의 질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우리 기업이 글로벌화 하면서 일본 경제와 일본 기업에 대한 종속도가 점차 희석되면서 예전처럼 일본과의 협력의 간절함이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경제는 한국의 벤치마킹 대상이자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기 때문에 외면해 버려도 되는 존재는 아니라는 점을 경제계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양국 경제계 모두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며 긴 쉼표를 이어갔다.
전경련은 올해 게이단롄 회장에 지한파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회장(도레이 회장)이 취임하면서 가능성을 타진했다. 지난 5월 허 전경련 회장이 일본을 건너가 차기회장 자격이었던 사카키바라 회장을 만나 양국 관계 위한 한·일재계회의 재계를 역설했고, 실무협의 끝에 이번에 회의를 개최하게 됐다.
사카키바라 회장 또한 한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의미있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 11월 21일 도레이그룹의 한국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와 도레이케미칼(옛 웅진케미칼)이 21일 전경련회관 내 새 사무실로 이전한 것이다. 게이단롄 회장사가 전경련 건물에 입주했다는 것은 전경련과 게이단렌간, 나아가 한·일 재계 간 협력과 교류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양 단체 회장은 공동 성명서에 ‘양국 정상회담 조기 개최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카키바라 회장 일행은 한·일 재계회의 직후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한다. 사카키바라 회장은 이번에 한·일 정상회담 필요성을 강조하고,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양국 경제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아도 재계를 중심으로 양국의 경제 교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 성명서에서 전경련과 게이단롄은 내년 쌍방이 합의하는 시기에 일본 도쿄에서 차기 한·일 재계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한만큼 경제계 차원에서의 협업은 지속될 전망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7년만에 재개된 한·일 재계회의를 통해 양국 기업간 협력이 활발해지길 기원한다”며, “양국간 관계에 있어 정치와 경제는 구분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