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제안 후 엔저 비판'...정부 정경분리해 '일본 다루기' 시동

2014-11-18 03:00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양국 외교 국장급 협의의 진전을 독려하기로 한데 이어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때는 일본의 엔저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을 취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일본과 협상을 위해 '과거사 문제와 이외의 부분은 분리한다'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에서 "주요 선진국 통화가치의 쏠림현상은 일부 신흥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일본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박 대통령은 이어서 "자국 여건만을 고려한 선진국의 경제 및 통화정책은 신흥국에 부정적 파급효과(spillover)를 미치고, 이것이 다시 선진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역파급효과(spillback)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양국 외교 국장급 협의의 진전을 독려하기로 한데 이어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때는 일본의 엔저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을 취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청와대]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특히 일본 정부의 최근 통화정책에 따른 엔저 현상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겨냥해 우회적인 비판을 한 것이라는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7일 대일외교 기조와 관련, "역사문제가 걸려 있지만 역사 이외의 문제, 북핵(문제와) 같이 전략적 이해를 공조하는 부분이나 경제협력, 문화교류, 인적교류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발언은 최근 청와대와 외교당국이 기존 대일협의 채널들을 가동하면서 '줄 것은 주되, 받을 것은 받는' 적극적·공세적 협상 추진의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는 14일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의 개최 시기와 관련, "가급적 이르면 12월말을 전후해 회의가 개최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브리즈번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한 브리핑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며 3국이 이번 회의가 끝나고 돌아간 협의를 거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3국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되고 분위기가 성숙되면 그 결과에 따라 앞으로 한중일 정상회의를 언제, 어떻게 개최할 수 있을지 여건을 마련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현안은 원칙을 갖고 대응하되 "일본과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는 것은 우리 정부의 종래 입장이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구체화·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도 최근 "역사 문제는 단호히 대응하겠지만 문화 교류나 국민 간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이 한일 간 핵심 의제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우리가 원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줄 것은 주되, 받을 것은 받는' 우리의 이런 방식이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