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 장기화되나... 미국 셰일가스 업계도 비상

2014-11-30 15:50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가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됐다. ]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국제유가가 곤두박질 치는 가운데 개최된 OPEC 총회에서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감산 합의에 실패했다. OPEC이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제유가 하락을 용인한다는 것을 의미해 국제유가의 하락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 OPEC 총회 개최... 감산 합의 실패

중동 등 주요 산유국 12개국이 가맹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총회를 열고 원유생산을 현행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원유가격은 북미 셰일가스의 증산으로 인해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OPEC 가맹국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국제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감산에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하락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수출에 대한 국가재정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 등 일부 가맹국은 감산을 주장했으나, 현행 생산량을 유지할 것을 주장한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엘 바드리 OPEC 사무국장은 총회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국제유가 시장에서 보이고 있는 원유가격 하락이라는 상황은 급하게 석유생산량을 조율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언급해 당분간 국제유가의 동향을 지켜볼 것을 강조했다.

국제유가 시장에서는 신흥국과 유럽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북미 셰일가스의 증산으로 원유가 과잉공급 상태에 있어 연일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 회원국 간 이견차가 큰 이유

국가 재정에 여유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과 증산이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OPEC 회원국이 감산할 경우 미국에게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제유가 하락을 방치하면서 정치적 대립관계에 있는 이란에 타격을 주고,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원유 증산을 견제하기 위한 노림수가 있었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국가재정의 원유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는 국제유가 하락이 자국 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있으며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라파엘 라미레즈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은 "회원국은 감산을 위한 협의를 가져야 한다"고 가격회복을 호소했으나 찬성을 얻지 못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처럼 원유가격이 1배럴 160달러를 넘어야 재정이 균형을 잡는 국가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경제가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역 오일쇼크'에 직면하고 있다.

또 파이낸셜타임즈(FT)는 국제유가는 산유국의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배럴당 160달러는 베네수엘라가 재정균형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유가라고 소개하고, 배럴당 130달러는 이란, 110달러는 러시아, 100달러는 캐나다, 90달러는 사우디아라비아, 50달러는 쿠웨이트의 경제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 OPEC의 과제

OPEC은 국제유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하루 300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으나, 2015년 이후 셰일가스 생산이 확대되면서 감산에 대한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2015년 이후에는 OPEC 회원국의 생산 원유에 대한 수요가 2920만 배럴까지 감소한다는 계산도 업계에서는 나오고 있으며, 원유 수급 관계가 무너지면서 국제유가 시장에 투기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또 OPEC회원국 만으로는 국제유가 하락에 대응할 수 없게 되면서 사우디아라비라와 베네수엘라는 총회가 열리기 직전에 러시아, 멕시코 등과 사전 협의를 갖고 OPEC 정책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에는 플러스 효과가 유발될 수 있으나, 원유가격 형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 해 온 OPEC의 힘이 약화되면서 국제유가는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 미국 셰일가스 업계도 비상 

OPEC이 현행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합의하면서 미국 셰일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태로 국제유가 하락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향후 셰일가스에 대한 투자 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미국 에너지 기업 콘티넨탈리소스(Continental Resources)는 당초 "국제유가는 단기적으로 배럴당 80~90달러 선까지 회복될 것이며 OPEC은 감산에 합의해 가격하락을 막을 것"이라 낙관적으로 예상했으나 빗나갔다.

이에 따라 셰일가스 업계에서는 OPEC이 미국의 셰일가스 증산을 저지하기 위해 향후 국제유가를 배럴당 50~60달러까지 끌어내릴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는 관측이 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셰일 가스의 손익분기점은 평균적으로 배럴당 50달러로 책정되고 있으며 국제유가가 50달러 선까지 하락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로 28일 뉴욕증시에서 셰일가스 업종 주가는 약 20% 급락세를 보였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은 100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주도해왔으며, 이들은 자금력이 부족해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셰일가스의 생산 피크는 향후 1~2년으로 예상되면서 셰일가스 유전을 계속해서 채굴해지 않으면 부채만 떠안게 되는 형국이다.



[OPEC 이란?]

중동지역 국가와 아프리카, 남미의 석유 수출국의 이익을 목적으로 가격 결정 등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결성한 조직으로 석유 권익을 독점해 온 국제석유자본에 대항하기 위해 1960년에 설립됐다.

첫 가맹국은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5개국이었으나, 현재는 12개국으로 형성됐다. 회원국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3분의 1를 차지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최대 원유생산국이다.

본부를 오스트리아 빈에 두고 있으며 연 2회 열리는 총회에서 회원국이 목표로 삼는 원유 생산량을 결정한다. 현재 회원국의 생산량은 하루 3000만 배럴로 정해져있으며, 2012년 이후 변동이 없는 상태다.

과거에는 각국에 생산량을 할당했으나, 현행 방식은 회원국의 합계 생산량을 달성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원유가격에 큰 변동이 발생했을 때는 임시총회를 열고 대응책을 협의하기도 한다.

회원국은 국제유가의 지표가 되는 북해산 브렌트유에서 1배럴 100달러 수준을 적정 수준으로 보고 가격 형성을 위해 협조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9월까지 약 4년간 대략적으로 100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안정적인 가격형성을 이어왔으나, 이러한 고가격 정책이 결국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을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해 최근에는 석유의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로 회원국은 셰일가스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