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소요 사태 전역확산,주방위군 수천명 투입..유혈사태 우려고조
2014-11-26 12:25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을 총으로 사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28)에 대해 대배심에서 불기소 결정이 내려진 것을 계기로 촉발된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의 소요 사태가 이틀째인 25일(현지시간)에도 지속되고 있고 시위는 다른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주방위군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유혈사태 우려마저 고조되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전날과 같이 퍼거슨 시 주요 거리에서 밤샘 시위를 했다. 시위대는 윌슨 경관의 기소를 주장하는 피켓과 펼침막을 들고 퍼거슨 시내 일대를 행진하는 방식으로 대배심의 결정에 항의했다.
퍼거슨 시에 진을 친 시위대 중 약 300명은 이날 오전과 오후 거리행진을 하며 농성을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법원에 진입해 “윌슨 경관을 기소하지 않았으니 우리는 싸우겠다”고 외쳤다.
CNN 방송과 AP 등 미 언론들은 퍼거슨 소요 사태에 대해 “전날 불기소 결정에 흥분한 시위대의 방화로 퍼거슨 시내 최소 12채의 건물이 전소했다”고 전했다.
치안을 책임지는 미주리 주 고속도로 순찰대는 퍼거슨 소요 사태에 대해 “밤 사이 절도와 무단침입 혐의로 퍼거슨 시와 세인트루이스 시에서 8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18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이 중 1명은 총상을 입었다.
퍼거슨 소요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는 퍼거슨 소요 사태에 대해 “(일부 시위대가) 퍼거슨 시에 테러를 저질렀다”며 주 방위군 수백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에 따라 퍼거슨에 투입된 전체 병력은 2200여명으로 증가했다.
퍼거슨 시 이외에도 수도 워싱턴D.C.에서는 시위대가 전날 백악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고 이날 아침부터 경찰청 앞, 시의회 앞 프리덤광장, 마운트 버논 광장 등지에서 규탄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무고한 시민을 죽이고도 기소되지 않는 것은 미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며 “이번 사건은 단순히 퍼거슨만의 이슈도 아니고 워싱턴D.C.만의 이슈도 아닌 미국 전체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뉴욕의 중심지인 맨해튼에서도 이틀째 평화 시위가 이어져 맨해튼 유니언스퀘어에 모인 1000여명의 시위대는 '살인자 경찰들을 감옥으로 보내라', '퍼거슨에 정의를', '아메리카의 홀로코스트는 계속된다'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이들은 “총을 쏘지 마라”(Don't shoot), “정의 없이 평화 없다”(No Justice, No Peace)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맨해튼 중심의 타임스 스퀘어까지 행진했다.
흑인 밀집 거주 지역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도심에서는 전날 약 1000명이 도로 곳곳을 점거하고 시위를 했고 시위는 이날에도 지속됐다.
이곳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스타벅스 커피점과 편의점에 난입해 물건을 약탈했다. 오클랜드 경찰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에 걸쳐 40명을 체포했다.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애틀랜타,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휴스턴, 댈러스, 뉴어크 등 다른 미국 주요 도시에서도 퍼거슨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불기소 처분을 받은 윌슨 경관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퍼거슨 소요 사태에 대해 “브라운을 사망에 이르게 해 매우 죄송하다”면서도 “상대가 흑인이건 백인이건 간에 경찰로서 똑같이 배운 대로 행동했을 것”이라며 함께 몸싸움을 벌이던 브라운을 제지하기 위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발포했음을 강조했다.
브라운의 유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퍼거슨 소요 사태에 대해 “애초부터 대배심의 조사는 공정하지 못했다”며 대배심과 조사에 참여한 로버트 매컬러크 검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유족 측 변호인인 벤저민 크럼프는 퍼거슨 소요 사태에 대해 “법과대학 1학년생도 그것보다 더 잘 조사했을 것이다. 대배심 조사 자체를 기소해야 한다”며 “백인이면서 경찰과 인연이 깊은 매컬러크 검사 대신 특별검사를 임명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