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사살 백인경관 불기소 결정…퍼거슨시 아수라장 변해

2014-11-25 15:12

미국 퍼거슨 시가 판결에 불복하는 군중의 분노로 아수라장이 됐다. [사진=CNN방송]


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비무장 흑인 마이클 브라운(18)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백인 경관 대런 월슨(28)에게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사건이 발생한 퍼거슨 시는 판결에 불복하는 군중의 분노로 아수라장이 됐다.

로버트 매컬러크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검사는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월 퍼거슨 시에서 브라운을 총으로 쏴 죽인 윌슨 경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매컬러크 검사에 따르면 백인 9명, 흑인 3명 등 12명으로 구성된 이번 사건의 대배심은사건 발생 직후부터 수집한 증언과 증거, 그리고 시체 감식 결과 등을 살폈다. 그러나 기소할 만한 상당한 근거를 찾지 못했으며 윌슨의 총기 사용이 적절했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대배심의 판단은 그동안 윌슨이 브라운과 뭄싸움을 벌였으며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한 경찰 측의 주장과 일치한다. 반면, 유족들은 브라운 시체 부검 결과 총을 9방이나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단순한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대배심의 결정에는 경찰 총기 사용에 관대한 미주리주의 법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주리주 경찰 총기 관련 법률을 살펴보면 경찰은 심각한 부상이나 살해 위협이 있을 경우, 총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명확한 상황이나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대배심의 결정이 나오자 퍼거슨 시는 분노한 시위대의 과격시위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 모습을 연출했다. 시위대는 경찰서 인근 경찰차를 불태우고, 상점 유리창을 깨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격렬한 시위에 결국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경찰은 퍼거슨 경찰서 인근에 모여든 군중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가 제2의 흑인 폭동 사태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광장에서도 1000여명의 시민들이 거리행진에 나서는 등 LA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퍼거슨시 대배심의 결정이 나온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심원의 결정은 우리가 지지하는 법치로 모두가 받아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결정에 대해 화가 나는 시민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어떠한 폭력도 용납(excuse)될 수 없다”며 시위 자제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