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리인하로 '경기부양' 본격화...부동산, 증시 호재 기대

2014-11-23 11:08

중국 인민은행. [사진 = 중국신문망]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중국이 2년여 만에 금리인하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예상 외로 부진한 경제 성장 흐름에 유동성을 확대해 본격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21일(현지시간) 공식 사이트를 통해 22일부터 1년 만기 대출 기준금리를 종전 대비 0.4% 포인트 낮춘 5.6%로, 1년 만기 예금 기준금리는 0.25% 포인트 내린 2.75%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또 금리시장화 개혁의 일환으로 금융기관의 예금금리 적용 상한을 기준금리의 1.1배에서 1.2배로 확대키로 했다.

중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 2012년 7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각각 0.31% 포인트 낮춘 6.00%, 0.25% 포인트 내린 3.00%로 조정한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그간 끊임없이 제기돼온 경기둔화 우려에도 질적인 성장을 강조하며, 무차별적 경기부양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한 중국 정부가 돌연 금리인하라는 '특단조치'를 꺼내든 배경에는 중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 둔화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금리인하, 지급준비율 전면 인하 등의 대규모 경기부양을 자제하는 대신 유동성 공급 등의 미니부양책을 동원해 경기둔화 우려 잠재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이 금리 인하조치를 전격 단행한 것은 그만큼 중국 정부가 경기둔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중국의 여러 거시경제 지표들은 4분기 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키웠다.

지난달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7% 증가하는 데 그쳐 2009년 이후 두 번째로 부진한 증가폭을 기록했다. 10월 소매판매 증가율도 11.5%로 전월보다 0.1% 포인트 하락했고, 10월까지 고정자산 투자(농촌 제외)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5.9%를 기록, 2001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여기에 전날 발표된 중국의 11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도 50.0으로, 지난 5월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경제지표 부진이 이어지자 2009년 1분기(6.6%)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올해 3분기 성장률(7.3%)이 4분기에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인민은행은 기업들의 융자난 완화를 이번 금리인하 조치의 배경으로 꼽았다. 

마쥔(馬駿) 인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 경제가 하향 압력에 직면해 있으나 여전히 합리적인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어 강력한 경기부양조치는 필요하지 않다"면서 "다만 금리인하, 특히 대출금리 인하를 통해 사회융자 비용을 낮춰 영세기업의 자금조달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인민은행은 이번 금리 인하가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인민은행 측은 홈페이지 질의응답을 통해 "금리 수단을 활용해 미세조정에 나선 것일 뿐, 신중한 통화정책 유지라는 통화정책의 틀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도 미시 통화조절 수단을 활용해 적절한 실질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하 결정이 특히 부동산과 증권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인하를 통해 선택적 유동성 공급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부동산 등에 자금이 유입돼 실질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이끌어내고,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 주식시장의 활황세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완보슝디(萬博兄弟) 자산관리공사 이사장이자 경제학자인 텅타이(滕泰)는 "금리인하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면서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를 '소잃고 외양간 고쳐도 늦지 않다(亡羊補牢,猶爲未晚)'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어 "높은 융자비용은 경기하방 압력의 주요 원인이었던 만큼 금리인하는 기업의 융자비용 부담을 낮춰주고 제조업 경기 개선에 도움을 주며,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은 물론 소비와 내년 경제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금융 정보 사이트인 '룽(融)360'의 쉬진(徐瑾) 애널리스트는 "이번 금리인하 조치를 계기로 부동산 대출 규제가 더욱 완화돼 향후 몇 개월간 주택 거래량 증가와 주택가격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광다(光大)증권의 쉬가오(徐高)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유동성 공급에서 소외됐던 부동산·인프라투자 부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이들 산업의 경기부양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둥싱(東興)증권의 왕밍더(王明德) 연구원은 "금리인하를 통해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짐에 따라 중국 본토 A주 증시에 실질적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잉다(英大)증권의 리다샤오(李大霄)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은 금리인하의 최대 수혜분야가 될 것"이라며 "특히  부동산, 인프라건설산업, 고속철 등 분야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