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정조의 한글편지-효의왕후 한글 필사본 전문 공개
2014-11-19 14:53
국립한글박물관은 오는 21일 18세기 왕실 관련 한글 필사본 세 편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도록 현대어로 풀어 쓴 '소장자료총서'를 발간한다. 대상 자료는 ‘정조어필한글편지첩’, ‘곤전어필’, ‘김씨부인한글상언’이다.
■어린이의 필체로 쓰인 조선시대 한글 편지의 주인공이 바로 정조
이 가운데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은 지금까지 전체 16점 가운데 3점의 편지만 알려졌으나, 이번에 전체가 최초로 공개된다. 현재 원문이 공개된 수백 점의 정조 편지들은 대부분 한문 편지이며, 한글 편지 가운데 실물이 남아 있는 것은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이 유일하다. 조선시대의 한글 편지 가운데 어린이의 필체로 쓰인 편지 자체가 드물거니와 편지를 쓴 주인공이 바로 조선의 22대 왕 정조라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곤전어필’은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 것으로, 정조의 비인 효의왕후 김씨가 ‘만석군전’과 ‘곽자의전’을 조카 김종선에게 우리말로 번역하게 한 다음, 자신이 직접 한글로 옮겨 쓴 소설이다. 책의 말미에는 효의왕후가 이 글을 친필로 쓰게 된 동기와 취지를 적은 발문과 함께 청풍 김씨 가문에 하사한 경위를 적은 김기후, 김기상의 발문이 수록되어 있다.
■‘김씨부인한글상언’은 사대부 여성이 영조에게 장문의 한글로 올린 정치적 탄원서
‘김씨부인한글상언’은 서포 김만중의 딸이자, 신임옥사 때 죽음을 당한 이이명의 처 김씨 부인이 손자와 시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영조에게 올린 한글 탄원서이다. 정자로 정성 들여 쓴 이 상언은 크기가 81.5×160cm(세로×가로)에 달한다. 정치적 격변기에 일어났던 당쟁의 한 장면을, 한 사대부 여성의 절박한 심정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자료들은 조선 후기 상류층의 일상생활에서도 한글이 활발하게 사용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정조어필한글편지첩’과 ‘김씨부인한글상언’은 현재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총서 발간과 관련하여 ‘조선 후기 왕실 관련 한글 필사본의 한글문화사적 해석’이라는 주제로 두 차례의 학술 모임을 개최한다. 서예 분야의 박정숙 교수(성균관대), 역사 분야의 정재훈 교수(경북대)가 발표한다. 학술 모임은 국립한글박물관 강의실(1층)에서 11월 21일(금)과 28일(금) 오후 2~4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