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재난 관리, 군사작전처럼?"…우려속 국민안전처·인사혁신처 출범

2014-11-20 03:00
"민간의 인사평가 시스템 공직사회에 그대로 적용은 실패" 지적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정부가 19일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를 야심차게 출발시켰지만 국민안전처 초대 장·차관에 모두 군 출신이 기용돼 국가 재난안전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총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방', '대비', '대응', '복구'의 4단계로 구성되는 '재난관리 단계' 가운데 대응에 강점을 보이는 군 출신만으로 수뇌부를 구성한 것은 국가 재난대응체계를 전체적으로 재설계하는 현 상황에서 '사후 대응'에만 치우쳤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사혁신처 역시 과거 중앙인사위원회의 이름과 간판만 바꾼것으로 어떤 효용이 있을지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 정 총리 "우리의 재난 대응능력, 수치스러운 수준"

이날 오전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의 합동 출범식에 참석한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발족한 두 기관은 공공부문 국가혁신의 양대 축"이라고 운을 뗐지만 국민안전처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강조에 힘을 실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국민안전처.인사혁신처 공동 출범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


정 총리는 치사를 통해 국민안전처에 "세월호 참사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재난현장의 대응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현장 지휘체계와 함께 정확한 상황관리 능력을 배가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특히 "세계는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과 발전 가능성을 부러움의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우리의 재난 대응능력은 매우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수준"이라며 "이제 다시 일어서서 안전에 있어서도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국가가 되기 위해 우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군인 출신이 재난안전시스템 총괄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는 작전사령관을 거쳐 해군 대장으로 합참차장을 지냈고, 차관 내정자인 이성호 안전행정부 2차관도 육군 3성 장군 출신이다.
 

청와대는 군 출신 인사를 국민안전처 수뇌로 발탁한 데 대해 군에서 추진력과 조직관리능력을 검증받았으며 관련 업무 전문성을 감안해 발탁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세월호 사고 당시 잠수를 준비중인 해군 UDT/SEAL 대원들.[사진=아주경제 DB]


이들의 공통점은 1996년 북한 잠수함 침투, 2011년 소말리아 해적 아덴만 작전 등 합동작전에 익숙한 작전전문가들이라는 점이다.

이로써 국가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군 출신인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기용한 데 이어 대형 재난·재해의 컨트롤타워까지 모두 군 출신이 차지했다.

청와대는 군 출신 인사를 국민안전처 수뇌로 발탁한 데 대해 군에서 추진력과 조직관리능력을 검증받았으며 관련 업무 전문성을 감안해 발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은 기본적으로 적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안보영역의 전문가이지, 일반 국민을 재난과 재해로부터 보호하는 안전영역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군사 작전하듯 안전재난 관리될까

군대는 특수한 조직인데 군문을 나온 뒤에 민간업계와의 유기적인 소통과 협력, 공무원 조직 내에서의 정책 입안과 집행 과정에서 유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재난관리는 각 단계별 유기적 연계가 중요한데 공룡조직으로 군사작전 하듯 해서 재난에 잘 대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공직개혁의 핵심인 인사혁신처장에 이근면 전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인사팀장을 기용한 데 대해서도 실적 위주와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과 공익을 확보해야 하는 정부의 성격이 다르고 인사평가시스템도 같지 않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 야권과 전문가 "군 출신 중용 이해 어렵다"

당장 야권에서는 "군 출신인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에 이어 국민안전처를 군 출신으로 포진시킨 것은 청와대를 군인 출신으로 지키는 것도 모자라 국가안전도 군인들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라며 "안보와 안전도 구분하지 못하는 상식 이하의 인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군대는 전쟁을 대비한 특별 조직이고 국민 안전은 일상 생활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문제인데 군대에서 훌륭한 경험을 쌓았다 하더라도 안전관리에 군 출신이 적합한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입을 열었다.

이 교수는 "군 병력을 지휘하고 작전을 짜는 것처럼 안전관리를 가져 가겠다는 의도라면 어쩔 수 없지만 군에서 통용되는 원리가 일상 생활에서도 꼭 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인사혁신처에 대해서도 "공직사회에서 민간 스타일의 인사가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조직내 성과에 따라 인사고과를 반영하는 민간 영역과 비교해 공직은 공공성에 대한 고려가 인사에 반영되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민간 영역의 인사 테크닉들이 공직사회에서 크게 성과를 못봤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의 인사는 공공영역의 본질과 조금 동떨어져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예전에 중앙인사위원회도 있었고 총무처에서 뗐다가 합쳤다가 결국 공무원도 그대로고 정부 부서 이름만 바꿔서 쓰는건데 정부 간판 바꾸는게 인사에 무슨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