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중국을 보다] 한·중 FTA 타결이 엔터 산업에 미치는 영향
2014-11-19 14:00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등 양국 정상이 한·중 FTA 협상의 실질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우리 정부는 2012년 5월 첫 번째 협상을 개시한 이후 30개월 만에 협상 실질 타결이라는 결실에 도달하게 됐다고 축배를 들었다.
한·중 FTA 타결은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와 매니지먼트, 공연·문화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및 TV 드라마,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 방송·시청각 서비스 분야 협력 증진, 중국 내 엔터테인먼트 합자기업 설립 개방, 관광 분야(해외여행 영업) 우리 기업 우선 고려 약속 등으로 인해 양국 간 문화·관광 교류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동시에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음반·방송사업자)을 강화하여 중국내 한류 콘텐츠를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높았던 엔터테인먼트 무역 장벽이 허물어짐으로써 한층 가까운 교류를 할 수 있게 된 점은 한국 엔터 관계자들에게 희소식이다.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있는 분야는 드라마와 영화, 음반시장이다. 중국은 한국 기업이 49%의 지분을 갖고 한중 합작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허용했다. 중국과 한국이 공동투자·제작 방식을 통해 질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문이 열린 것. 게다가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협약에서 불리할 수 있는 조건을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했다.
중국에서 거래되는 자본의 투명성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중국과 한국에서 이중 세금을 부과해야했던 국내 제작사들은 '벌어도 번 것이 아니다'라며 볼멘소리를 했던 터. 한·중 FTA는 관세 장벽을 무너뜨려 보다 자유로운 금전 거래를 가능케 한다.
가요 관계자들 역시 중국에서의 음반 발매와 콘서트 개최에 대한 부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K-POP을 정식 음원사이트를 통해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불법 경로를 통해 들어야했던 중국의 한류팬에게도 더할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중국의 많은 제작사도 한국과의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홍콩계 펀드(PEF)가 국내 대표 드라마 제작사인 초록뱀을 인수했고, 또 국내 영화배급사 NEW는 중국 화책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과의 합작을 위해 지금도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한·중 FTA 타결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중국이 거대 자본력을 내세워 무차별적인 투자를 감행할 경우 '제 2의 제주도 사태'가 발생하지 않느냐는 우려다. 현재 중국인이 소유한 제주도 토지는 592만㎡로 1년 전과 비교해 14배가 됐다. 중국인들이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제주도 땅을 마구 사들인 결과다.
한 방송 관계자는 "한·중 FTA가 과연 무조건적인 긍정적 효과만을 볼 수 있을지도 사실 의문이다. 우리나라 제작사가 중국 측의 자본력에 휘둘리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질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중국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한 파악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별에서 온 그대'나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중국 제작사들이 한국 제작사에 투자하려고 한다. 하지만 일년에 제작되는 100편 넘는 작품 중에 크게 성공하는 작품은 한두 작품에 불과하지 않나. 중국 제작사들이 '한방'을 노리고 투자하는 게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신중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