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해방감?... 허탈감에 과음·폭음 주의
2014-11-17 15:39
17일 질병관리본부 등이 발표한 '2014년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에 따르면 현재 고3 학생의 음주율의 경우 남학생 37%, 여학생 21.9%가 음주를 하고 있다. 이는 일반 청소년의 음주율 16.7%(남학생 20.5%, 여학생 12.6%)에 비해 높은 수치다.
청소년 음주는 음지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경찰·학교·지자체 등에서 단속이나 선도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아 더욱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고교생과 대학생 선후배로 구성된 각종 동아리 모임을 통한 음주 행위는 제재 자체가 어렵다. 주류 구입이 용이한 대학생 선배들과 주말을 이용해 근교 휴양지로 빠져 나가 남의 눈치 없이 손쉽게 술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 후의 음주가 위험한 이유는 수능이라는 목표 성취, 해방감, 보상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입시에 억눌렸던 고교 시절에서 벗어나 해방감에 들뜨거나 혹은 입시 실패로 인한 허탈감에 빠지는 등 그간의 수능 스트레스를 과음이나 폭음으로 풀 수 있다.
집단 심리가 작용해 절제하지 못하고 본인의 주량보다 많은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도 많아 이성적 판단도 흐려질 가능성이 높다.
음주 경험이 많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자신의 적정 주량을 모르고 급하게 마시다가 급성 질환에 걸리거나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초에는 수능을 마친 고3 남학생이 설 연휴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이를 말리는 어머니를 폭행하고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술을 먹고 구토를 하게 되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염이 발생할 수 있는데, 구토를 억지로 유도하면 좁은 식도에 갑자기 많은 양을 한꺼번에 토하게 되면서 식도 하부가 찢어질 수도 있고 심하면 기도 폐쇄까지 발생한다.
단기간 동안의 과음에 의해 나타나는 급성 알코올 중독도 조심해야 한다. 빠른 속도로 폭음을 하면 중추신경과 호흡중추가 마비돼 급성 알코올 중독 현상이 생길 수 있는데, 심하면 혼수상태나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김석산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수능이라는 큰 산을 넘은 청소년들에게 음주 행위는 일종의 유희이자 보상 행위가 될 수 있다”며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음주 후 충동 조절 능력이 떨어져 폭력이나 사건·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민간 전문가들의 조언처럼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다양한 대체 문화 개발 등 바른 음주 문화를 위한 교육 등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준 바로병원장은 “수험생은 시험 이후에 정서적인 혼란, 허탈감, 공허함을 느끼고, 심각한 경우에는 우울증이나 수면장애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수능 후 한가해진 시간을 이용해 건강상태 체크도 하고, 가벼운 운동이나 취미생활로 기분전환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