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 인기 비결] ③스폰서·대학의 적극적 ‘구애’로 판 커져

2014-11-13 15:02
김효주, 모자·상의에 무려 10가지 로고 붙어 ‘걸어다니는 상품’…KPGA투어 상금왕은 메인스폰서조차 없는 것과 대조적

 

올해 열린 K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13명의 선수가 13일 잭 니클라우스GC에서 도약하고 있다. 이들은 14일 시작되는 시즌 마지막 대회인 조선일보-포스코챔피언십에 나선다.맨 오른쪽이 김효주.                                            [사진=KLPGA 제공]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25개가 치러진다. 11일 현재까지 24개가 소화됐고 14∼16일 열리는 조선일보·포스코챔피언십만 남았다.

올시즌 KLPGA투어는 어느 대회를 막론하고 많은 갤러리들이 몰려들었다. 챔피언조에는 페어웨이를 따라 갤러리들이 즐비한 모습이 일상화되다시피 했고, 1,10번홀 티잉 그라운드와 9,18번홀 그린 주변에는 까치발을 해야 선수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골퍼들이 찾아왔다.
올해 14개의 대회를 치른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와는 대조적이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와 여자프로골퍼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리즈로 짚어본다.

‘LOTTE’ ‘해지스’ ‘고려대’…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5승을 거두며 상금왕과 대상을 확정한 김효주(롯데)의 상의에 새겨진 로고들이다. 모자 전면은 물론이고 모자 측면, 가슴 및 어깨 좌우, 심지어 상의 뒤쪽에도 로고가 붙어있다. 잘 나가는 여자프로들은 가히 ‘걸어다니는 상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김효주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모자와 상의 어깨 등지에 10개의 서로다른 로고가 붙어있다. 그 가운데 5개는 메인스폰서인 롯데와 롯데 계열사(제품) 로고다. 모자는 전면과 좌우측, 심지어 챙에도 로고가 새겨졌다. 상의 좌우측 가슴은 물론 등 부위에 로고가 있고, 어깨 오른쪽에는 아시아나항공과 대만의 골프펀드업체로 스윙잉 스커츠대회를 후원하는 ‘군파요요’ 로고가 달려있다. 선수의 옷이 무거워보일 정도이고, 보는 이의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올시즌 KLPGA투어 25개 대회의 총상금은 152억원이다. KPGA투어 14개 대회의 총상금 92억원을 능가한다. 내년에는 이같은 사정이 더 심화될 듯하다. 여자프로골프대회를 신설하려고 의사를 전달한 곳이 5개정도다. 한국 남녀 프로골프의 비율이 1대2 정도까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주요 프로골프투어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우위인 곳은 한국과 일본 투어 뿐이다. 선진 투어인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남자투어의 규모가 여자투어에 비해 월등하게 크다. 그나마 일본 투어는 남녀가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으나 한국만 유일하게 여자가 남자를 압도한다. 뜻있는 사람들은 “이래서는 안된다. 남녀 프로골프투어가 균형있게 성장해야 한국골프도 한단계 더 발전한다. 남자프로골프투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같은 바람을 따라주지 않는다.

이유가 어떻든, 한국에서는 여자프로가 남자프로를 능가하고 인기를 끌다 보니 무게추가 여자프로골프쪽으로 기울어졌다. 대회수는 물론이고 대회나 선수들의 스폰서, 중계방송 시청률, 심지어 대학에서도 남자선수보다는 유명 여자선수들을 영입하려 애쓴다.

대학에 적을 둔 선수들이 실제로 수업을 받는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현재 대학 로고를 달고 뛰는 여자선수들만 10여명에 이른다. 김효주를 비롯해 전인지(하이트진로) 이정민(비씨카드) 김민선(CJ오쇼핑) 등 올시즌 KLPGA투어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이 고려대에 재학중이다. 올해 3승을 올린 백규정(CJ오쇼핑)은 장하나(비씨카드)와 함께 연세대를 다닌다. 또 고진영(넵스)과 이민영은 성균관대, 이승현(롯데마트)은 중앙대 마크를 달고 있다.

유명 골퍼들이 대학에 적을 두는 것은 그들 나름대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대학측으로서는 유명선수들을 통해 학교 이미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양쪽의 수요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시즌 중에는 대회가 계속 열리기 때문에 선수들은 비시즌에 잠깐 학교에 나가 최소 출석일수를 채우고 레포트를 내는 것으로써 학점을 이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요컨대 대학을 다닌다고는 하나 ‘형식적인 재학’인 경우가 대다수다.

선수들을 후원하는 기업(스폰서)들의 비율도 남녀간에 심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KLPGA투어 상금랭킹 ‘톱10’ 가운데 메인 스폰서가 없는 선수는 없다. 그 반면 KPGA투어의 경우는 시즌 상금왕에 오른 김승혁조차 이렇다할 후원사가 없는 형편이다. 지난 8월 KPGA투어 ‘바이네르·파인리즈오픈’의 스폰서를 맡았던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는 “골프대회를 통한 마케팅을 하려는 기업들은 이제 남자프로골프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국골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여자프로골퍼들이 잘 해서 스폰서나 대학이 따라붙는지, 스폰서나 대학이 먼저 다가온 덕분에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투어생활을 하고 성적을 잘 낼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어쨌든, 유명 여자프로골퍼들의 모자나 상의에 어지러울 정도로 붙어있는 각종 로고는 잘나가는 한국여자프로골프의 현주소를 나타내주는 징표임에 틀림없다.


◆주요 KLPGA투어프로의 소속대학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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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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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김효주 전인지 이정민 김민선
연세대        백규정 장하나
성균관대     고진영 이민영
중앙대        이승현
건국대        김수현
한체대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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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투어 상금 톱10의 메인 스폰서 현황
                                                ※13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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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선수      스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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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효주        롯데
2    이정민        비씨카드
3    허윤경        SBI저축은행
4    백규정        CJ오쇼핑
5    장하나        비씨카드
6    이민영             -
7    전인지        하이트진로
8    고진영        넵스
9    김하늘        비씨카드
10   김세영        미래에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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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의 모자와 상의에 부착된 스폰서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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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위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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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전면          롯데
  -좌측면      롯데 관련
  -우측면      요넥스
  -챙            롯데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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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전면 좌측     롯데마트
  -전면 우측     해지스
  -후면 우측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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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좌측           롯데 관련
  -우측           아시아나항공
                     대만 군파요요(스윙잉 스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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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의 모자와 상의 곳곳에 빽빽이 새겨진 로고들. 무려 10개나 된다.                                               [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