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야경꾼 일지' 정일우, 9년 차 배우의 '탄탄한' 연기 내공
2014-11-12 17:24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데뷔 9년 차 정일우(27)는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해 있었다. 풋풋한 꽃미남의 모습은 잠시 내려놓고, 다양한 역할을 통해 연기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그의 연기는 조금씩 자라 있었고, 드라마를 책임지는 '진짜' 배우가 됐다.
'해를 품은 달'(2012) 속 양명은 자체최고시청률 42.2%(닐슨코리아 기준)를 만들어내며 국민드라마를 탄생시켰고, '황금 무지개'(2013) 서도영 검사는 능청스러움과 진지함을 오가는 섬세함을 연기했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야경꾼 일지'(극본 유동윤 방지영·연출 이주환 윤지훈)는 카리스마와 능청을 오가는 풍류왕자 이린을 등에 업고 월화드라마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가슴 아린 상처와 능청스러운 코믹이 오가는 장면은 극의 몰입도를 높였고, 시청자의 호평은 당연한 거였다.
지난 7일 서울 충정로 아주경제 본사에서 만난 정일우는 '야경꾼 일지' 속 매력적 외모와 남다른 패션 센스를 갖춘 조선 최고의 풍류남 이린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린이 2014년으로 온다면 이런 느낌일까. 이날 정일우는 흰 티셔츠에 버건디 카디건을 입고 나타났다. 카디건 소매는 무심한 듯 둘둘 말려 있었고, 손목시계로 멋스러움을 더했다. 정일우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밝고 유쾌한 에너지가 새어 나왔다.
정일우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적통 왕자임에도 어릴 적 궁을 나와 홀로 외롭게 자란 남다른 상처를 간직한 인물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고, 9년 차 연기 내공이 오롯이 드러났다. 판타지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화려한 액션과 로맨스, 코믹까지 복합적 감정을 녹여냈고, 이는 시청률로 입증됐다.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지만 정작 본인은 겸손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 중 한 명으로 그저 제 역할에 최선을 다했어요. 제가 맡은 부분은 100% 했다고 자신합니다. 시청률은 집계일 뿐이에요, 더 중요한 건 완성도 높은 캐릭터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죠. 완벽한 드라마를 만들었는데, 시청률까지 잘 나왔으니… 그저 감사합니다."
일주일에 6일 밤을 새우는 강행군에, 촬영 일정은 갈수록 빠듯해졌지만 정일우는 힘든 만큼 작품을 즐기고 있었다. 보이지 않은 귀물과 싸울 때는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서 연기했다"고 털어놨고, 주문을 외울 때는 "다 애드리브였다. 너무 뻘쭘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데뷔 10년을 앞둔 정일우. 그 기분을 묻자 "내년일은 내년에 생각해 보겠다"고 덤덤하게 답하다가도 연기에 대한 생각을 전달할 때만큼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연기는 늘 어렵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 내가 꿈꾸던 일을 하고 있으니 그것 자체로 감사한 일"이라고 애틋함을 보였다.
"자격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흔히들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 많이 하잖아요. 지금은 그런 걸 찾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늘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요, 자신하죠. 끝까지 중심 잃지 않고 달리는 배우가 될 겁니다"라는 말에는 연기에 대한 단단한 생각이 묻어 있었다.
크고 작은 별이 순식간에 뜨고 지는 연예계를 10년 가까이 지킨 정일우는 이미 자신의 확실한 연기색을 지니고 있는 배우였다. "10~20년 뒤를 생각하면 연기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다"는 정일우. 앞으로 더욱 빛날 그의 연기 인생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