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가공무역 비중 높은 양국 교역 확대 기대

2014-11-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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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지난 10일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가공무역 비중이 높은 양국간 교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무역업계에 따르면, 한·중 FTA 타결 결과 중국은 한국의 대중 주요수출품목인 철강·석유화학 등의 소재에 대해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으며, 건강·웰빙제품, 고급 소형생활가전 등 한국에서 수출하는 완성품은 물론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내수시장 진출 길이 열렸다. 또한 중국은 한국산 제품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보장하기 위해 투명성, 절차적 공정성, 비차별 원칙 등을 기준으로 하는 경쟁법 집행 원칙을 보장키로 했다.

한국무역협회는 “한·중FTA로 당초 우려했던 가공무역을 통한 양국간 생산분업체제는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공무역’은 한국에서 중국으로 원부자재를 수출한 뒤 가공생산한 후 재수출하는 무역을 가리킨다. 중국은 경제성장 초기 제조업 투자 유치를 위해 가공무역을 적극 추진해왔고, 가공무역에 대해 관세면제 및 부가가치세 환급 등 우대조치를 제공하는 등 중국 무역제도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직후인 2004년부터 가공무역 금지 확대 및 일반무역으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전체 국가 무역에서 차지하는 가공무역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반면 중국의 대한국 수입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무협이 중국해관총서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중국의 연간 총 수입에서 가공무역 비중은 2007년 58.9%에서 2010년 30.0% → 2011년 27.0% → 2012년 26.6% → 2013년 25.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대한국 수입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54.2%에서 51.5% → 48.9% → 49.8% → 47.6%였다. 2013년 기준 대만의 가공무역 비중은 46.3%, 일본 34.8%, 홍콩 36.1%, 미국 14.5%인 것과 비교해도 높다.

한·중간 가공무역 비중이 높은 이유는 제품의 생산과정을 둘러싼 분업구조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즉, 한국이 가공용 원부자재, 중간재를 공급하면 중국이 이를 가공해 완제품을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산업내 무역’ 구조가 정착됐다는 것이다.

무협은 특히 전자제품 분야를 중심으로 이러한 산업내 무역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대중국 주요 수출품목 대부분은 직접회로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합성수지, 석유화학 중간원료, 무선통신기기부품 등 완성품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다. 최근 양국간 산업내 무역의 진전으로 주요 수출입 품목 상위 5개 품목에는 집접회로반도체와 평판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부품 등 3개 품목이 일치한다.

특히, 대일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알려졌던 한국의 소재·부품 수입도 이미 중국이 일본을 추월했다. 한국의 대중 소재·부품 수입의존도는 2012년 26.5%에서 2013년 26.9%, 2014년 상반기 28.4%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반면, 같은 기간 대일 수입의존도는 23.0% → 20.1% → 18.1%로 낮아지고 있다. 이는 양국간 산업내 무역이 갈수록 고도화·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한·중 FTA 협상 개시 때 관세철폐 보다 더 우려했던 점은 FTA 발효후 이 같은 가공무역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이에 FTA 협상 대상은 아니지만 기업들은 가공무역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중국측에 중간재 폼목에 대한 폭넓은 관세철폐 및 가공무역 형태로 중국에 수출된 제품이나 중국내 가공생산 제품의 중국 내수시장 진입시 내국민대우 확보, 중국 정부의 가공무역 내수전환 지원 조치에 한국 진출기업도 포함시켜 줄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했고, 협상 결과 일정 부분 성과를 얻어냈다.

무협 관계자는 “관세는 물론 통관, 비관세장벽, 무역구제, 지적재산권 등에서도 중국이 투명한 처리를 약속한 만큼 중국내에서의 기업 여건은 더 나아졌다. 이를 통해 국내기업의 중국 진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