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사람 돕겠다”…22년 전 故 이동찬 회장과의 약속 지킨 스님
2014-11-11 15:48
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며 무작정 회장님을 찾아갔죠. 간절한 마음을 알아주셔서 한 달 만에 복지관을 지어주겠다고 약속 하셨어요”
11일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만난 제원 스님은 고인을 떠올리며 그룹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지만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감성을 지닌 인물로 회상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서 길음복지관을 22년째 운영 중인 제원 스님은 1990년 조계종 총무원에서 사회부장을 맡았던 당시 이 회장을 찾아가 길음동에 복지관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열악한 지역 환경 상 어려운 이웃들이 많으니 복지관을 운영하며 그들을 돕겠다는 그의 뜻을 이 회장은 선뜻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1년 후 길음동에는 복지관이 세워져 이제껏 제원 스님의 운영으로 독거 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그가 22년간 복지관을 지키는 것은 이 회장과의 약속 때문이다.
종단에서 다시 제원 스님을 불러 갈 것을 우려한 이 회장이 복지관을 떠나지 말고 계속 어려운 이웃을 돌봐줄 것을 간절하게 부탁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라는 이 회장의 뜻을 간직한 제원 스님은 이 지역의 사랑봉사회와 함께 컴퓨터·서예·스포츠 댄스 등 수십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을 도왔다.
또 독거노인을 위한 도시락 배달, 데이케어 센터 운영 등의 활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회장이 칠순 때 길음 복지관을 올리고, 팔순 때는 이 회장의 아들인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수유 복지관을 지어 선행을 이어갔다.
제원 스님과 함께 활동한 사랑봉사회는 코오롱 그룹의 오운문화재단이 매년 봄 선정하는 우정선행상을 2006년 수상했다.
오운문화재단은 1999년 각계 각 층의 선행과 미담 사례를 찾아 전하는 ‘살맛나는 세상’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우정선행상도 그 활동의 일환이다.
아울러 재단은 2010년부터 특별상을 제정해 우정선행상 수상자 중 계속되는 선행으로 모범이 되는 이들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이밖에 재단은 매년 장학사업을 펼치며 모범이 되는 대학생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편, 이 명예회장이 타계한 지 나흘째인 이날에도 각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창훈 대한항공 총괄 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서용원 한진 사장 등 사장단과 함께 오후 2시 10분경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날 오전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남 김현철씨가 빈소를 찾았으며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과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건배 전 해태회장, 이장규 서강대 대외부총장(삼정 KPMG 부회장)이 조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