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중·일 손 잡는데..." 북한·일본 등돌린 한국, 동북아 외교전 우방 중국 뿐

2014-11-11 03:01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대한민국 외교력이 이달 17일까지 잇달아 열리는 다자외교 무대에서 시험대 위에 올랐다. 

중국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미얀마 네피도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및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의, 호주 브리즈번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등 굵직한 다자회의가 맞물리면서 미국과 중국을 위시한 동북아 지역의 외교 지형에서 '신 합종연횡'이 재현될 조짐마져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억류 미국인 석방" 미국에 유화 메시지

북한은 지난달 21일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에 이어, 8일(현지시간) 억류해오던 미국인 케네스 배와 매튜 토드 밀러 두 명을 또다시 석방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유엔 총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그동안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하던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유화 메시지를 던지면서 오히려 미국이 답을 할 차례가 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대한민국 외교력이 이달 17일까지 잇달아 열리는 다자외교 무대에서 시험대 위에 올랐다. [사진=김동욱 기자]


그러나 회원국들은 북한 인권 결의안은 이달 안으로 제3위원회에서 채택한다는 일정을 잡은 상황이고 곧바로 유엔 총회에 상정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관련 결의안은 EU와 일본이 작성한 초안에 미국 등 40여 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서명한 상태이다. 특별한 사정 변경 사유가 없다면 회원국이 서명한 결의안 내용이 바뀔리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억류 미국인 석방이라는 북한의 이번 유화 조치는 유엔 회원국 내의 대북 강경 여론을 누그러뜨리는 데 다소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중·중일회담으로 동북아정세 변화 가능성 점증

이와 함께 중국발 동북아 정세 변화의 시작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APEC이 그 첫 무대이다. 

중국과 일본은 APEC 정상회의를 며칠 앞두고 전격적으로 정상간 만남을 결정했다. 두 정상간 만남은 2012년 12월 이후 2년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중일 정상회담으로 센카쿠 문제 등 중국과 일본 사이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양국 정상이 서로 마주앉았다는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때 한중관계 실무진을 이끌었던 한 관계자는 "정상회담 성사는 한 나라의 외교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만남 자체가 성과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동북아에서 한국입지 좁아질까 우려 

북한이 미국에 보낸 유화 메세지에 이어 중국과 일본의 정상의 만남은 곧바로 우리 정부의 다음 선택지에 시선을 쏠리게 한다. 

그간 북한과 일본에 대해 원칙론으로 대응을 해온 우리 정부는 북한-중국-일본-미국이 연달아 해빙무드를 갖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잇단 정상회담을 하고 이를 계기로 양국 관계가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 한국이 가지고 있던 동북아 균형자 전략적이 상실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은 중국-일본 관계에 파격적인 개선이 예상되지는 않지만 우리 외교당국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더 심각한 점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일본 관계가 어느 정도 개선되고 최근 2~3년간 동북아를 지배하던 긴장 상황이 해소되면 "동북아 안정의 문제는 중국과 일본에 달렸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는 점이다. 

환언하면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서 한국은 큰 변수가 안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의 전개는 우리 정부가 동북아 지역에서 유지하던 입지를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대해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 대해 일본과 미국이 급속한 관계 개선을 이루기는 어렵다. 특히 일본과 북한은 서로 생각하는 속내가 다른 상황으로 '오월동주'하는 격"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나 이전 정부에서 외교정책 입안을 담당했던 한 인사는 "다자무대에서 정상간의 만남은 일국의 외교적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라고 말했다. 이어서 "연이은 다자무대에서 북한과 미국·일본이 가까워 진다면 우리로서는 외교적 성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