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모녀 자살사건 계기로 도입된 서울시 '선제적 복지 제도'...시행 1년만에 반쪽으로

2014-11-10 10:06
내년도 예산 20억원에서 12억원으로 절반 줄어.. 관련 상담사도 130명으로 절반만 운영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을 계기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 추진한 '선제적 복지 시스템'에 대한 예산을 운영 1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 들 예정이다.[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발생한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을 계기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 추진한 '선제적 복지 시스템'이 시행 1년만에 반쪽 자리 대책으로 전락하게 됐다. 지원책이 있어도 이를 알지못해 사각지대에 있었던 저소득층으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음에도 불구, 서울시가 예산 문제로 사업을 축소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도 선제적 복지 시스템 예산이 12억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예산 20억원에서 절반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시는 지난 4월 상설 전담 조직으로 복지건강실 내에 위기가정 발굴 추진반 2팀을 신설, 예산 20억여원을 들여 260명의 계약직 전문상담사를 채용했다. 이들은 지난 10월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활동했다.  

각 자치구별로 복지 수요에 따라 전문상담사를 보충해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를 돕거나 직접 저소득층 가정을 방문하며 각 상황에 맞는 복지 서비스를 즉시 연계했다.

각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종로구 6명 △중구 6명 △용산구 7명 △성동구 8명 △광진구 8명 △동대문구 10명 △중랑구 12명 △성북구 12명 △강북구 12명 △도봉구 9명 △노원구 16명 △은평구 13명 △서대문구 9명 △마포구 9명 △양천구 10명 △강서구 16명 △구로구 10명 △금천구 8명 △영등포구 9명 △동작구 9명 △관악구 12명 △서초구 8명 △강남구 9명 △송파구 12명 △강동구10명의 전문상담사가 활동했다.

A구 사회복지 공무원은 "전문 상담사가 오기 전까지는 행정업무에 매달려야 했다"면서 "하지만 의무적으로도 방문 상담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미뤄왔던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방문 상담이 필요한 가구를 뽑아 스케줄을 짜서 함께 상담을 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 상담사가 없었으면 방문 상담은 계속 미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에 따르면 2012년 6월 기준 우리나라의 3474개 읍·면·동 가운데 사회복지조직이 단 1명이라도 배치된 곳은 1417곳에 달한다.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은 곳이 31곳이나 됐으며, 5인 이상 배치된 곳은 94곳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 공무원이 저소득층 가구를 방문하는 일은 하늘에서 별따기 수준이다.

내년도 전문 상담사는 예산이 절반으로 줄면서 인원도 절반 수준인 130명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전문 상담사 제도가 적잖은 실효를 거두면서 사업 축소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고오 있다. 

서울시 관계자 "예전에는 저소득층 가정이 직접 동사무소나 관공서 등에 직접 찾아와 도와달라고 하는 시스템이었다. 즉 모르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구조였다"면서 "하지만 선제적 복지 시스템을 통해 저소득층 가정들이 몰랐던 혜택을 받게되거나 공과금이 연체돼 불어나는 연체금을 내야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아도 되는 등 많은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치구에서도 더 늘려달라는 요구가 있엇지만 복지 예산이 한계가 있어 줄일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전문 상담가로 활동한 김씨(50대 후반)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간신히 견뎌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면서 "뿐만 아니라 관공서에서 제공하고 있는 복지 등에 대해 모르고 피해를 보는 분들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분들은 상담을 통해 처음 만났을 때보다 많이 치유되는 것을 봤고 건강가정지원센터나 정신건강증진센터로 연계를 하면서 지속적인 상담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