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청소용역 근로자 노동기본권 대부분 외면

2014-11-06 17:23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국내 대부분의 대학들이 청소용역 근로자에게 정부가 권고한 임금 수준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용역 업체와 부당·불공정 계약을 다수 체결한 사례도 수두룩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9월 국·공립대 60곳과 사립대 100곳 등 160개 대학에서 일하는 청소용역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용역 계약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6일 공개했다.

고용부는 160개 대학이 체결한 청소용역계약 191건에 대해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준수 여부, 계약서 상 부당·불공정 조항 유무,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했다. 국·공립대는 이번 조사에 모두 포함됐으며 사립대는 청소용역 근로자가 많은 곳들이다.

앞서 정부는 청소용역 입찰 공고 시 근무인원 명시, 시중노임단가 적용, 근로조건 보호 확약서 제출, 고용승계 조항 명시, 확약서 위반시 제재 등의 내용을 담은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2012년 1월 제정한 바 있다. 지침은 권고 성격으로 어겨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

조사 결과, 160개 대학 중 청소용역 근로자에게 지급토록 한 임금수준(시중노임단가)대로 지급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올해 청소용역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시중노임단가는 시간당 6945원이다.

용역업체 변경 시 근로자 고용승계 조항을 둔 용역계약도 191건 중 83건(43.5%)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국·공립대가 사립대에 비해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잘 지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국·공립대와 달리 사립대의 경우 지침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지침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학과 용역업체가 체결한 용역계약에서 대학이 부당하게 용역업체의 경영·인사권을 침해하거나 노동3권을 제한한 사례도 191개 계약 중 121개 계약에서 244개 조항이 발견됐다.

244개 조항을 유형별로 보면 경영·인사권 침해(87건, 35.6%), 노동3권 제약(69건, 28.2%), 부당한 업무지시(63건, 25.8%), 과도한 복무규율(23건, 9.4%) 순이었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은 청소용역업체 191곳 중 107곳에서 181건이 적발됐다.

위반 현황은 근로기준법 108건(59.6%), 산업안전보건법(위생시설 설치) 36건(19.8%), 최저임금법 21건(13.9%), 퇴직급여보장법 7건(3.8%) 등이다.

고용부는 적발된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업체가 시정하지 않으면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지침 미준수 사항에 대해서는 시정 권고를, 부당·불공정 조항에 대해서는 용역계약 변경을 통해 개선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송문현 고용부 공공노사정책관은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시중노임단가가 적용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고, 지침 준수 현황 등을 대학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