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현대자동차, 8조원 빠진 시가총액도 3위로 추락

2014-11-04 19:01

[현대자동차]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현대자동차가 한국전력 부지 매입 논란, 엔저 재개 등 내우외환에 시달린 끝에 시가총액 2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현대차의 시총은 한 달 반 사이 8조원 이상 줄어 3년7개월 만에 시총 3위로 주저앉았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의 시총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34조1429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의 시총은 34조5437억원으로 현대차보다 4008억원 많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 8일 시총 3위에 처음으로 올랐다. 이후 포스코, 현대모비스 등과 3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다 지난달 들어 3위를 굳건히 지키면서 현대차 자리를 위협했다. 현대차는 2011년 3월 29일 포스코를 끌어내리고 시총 2위에 오른 후 줄곧 2등 자리를 지켰다.

3년 7개월간 2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킨 현대차의 위치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 중순부터다.

지난 9월 18일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 부지를 고가에 낙찰받은 데 이어 이사회 배임 논란이 일자 외국인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심리는 얼어붙었다. 외국인이 서서히 현대차에서 발을 빼자 주가는 침몰하기 시작했다.

한전 부지 매입 이후 한 달 반 동안 현대차 주가는 23.7% 내렸고 시총은 8조3000억원 줄었다.

최근 주가 흐름도 부진하다. 현대차는 지난달 30일 이후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30만원을 넘보던 현대차 주가는 15만원대로 추락했다. 최근 일본의 양적완화 후폭풍에 엔화 약세가 재개된 것이 일본업체와 경합도가 높은 현대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현대차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확대 소송의 1심 선고(7일)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악재다.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 현대차 5조원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전체에서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첫해에만 1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지난달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이 201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3%대로 하락한 것도 현대차에 뼈아픈 재료다. 엔저, 통상임금 등 악재가 쌓이면서 현대차의 주가는 한동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저 심화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며 “경쟁환경 악화로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신차 효과 확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대차의 해외 현지 생산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만큼 엔저가 주가에 큰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생산능력 확장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전체 판매대수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며 “엔저가 현대차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