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에 빠진 현대중공업 노·사 누가 먼저 손 내미나

2014-11-03 15:00

지난 10월 31일 오후 5시30분부터 노동조합 앞에서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현대중공업 노조가 오는 7일 20년만에 파업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노조와 회사 모두 리스크를 끌어안은 채 첨예한 대립을 이어오고 있다. 조선업계는 누가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대중공업노조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지난 달 31일 9차 회의를 열고 오는 11월 7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부분파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조의 파업은 지난 1994년 이후 20년 만이다.

노조측의 이같은 강경대응은 지난 31일 열린 46차 교섭에서 일부 신설안 등에 대해 의견일치를 본 반면 임금인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첨예한 대립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측이 주장중인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자리잡고 있다. 회사측은 기본급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안을 내놓은 상태지만 경영악화로 추가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노조측은 19조원에 달하는 회사 유보금을 풀라는 주장이다.

현재 노조와 사측 모두 진퇴양난에 몰린 상황이다. 노조의 임금인상 주장은 2개 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힘이 빠지고 있고, 또 노조와의 갈등 장기화는 리스크를 정리한 뒤 새 출발을 앞두고 있는 회사 측에 있어 오점이 될 수 있어서다.

노조가 주장중인 임금 인상안은 2분기와 3분기 3조원에 달하는 누적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여론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부담이다. 노조는 3분기에 기록한 1조9000억원의 적자는 ‘지나친 부풀리기’라는 의견이지만 대부분의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주가폭락과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면서까지 억지로 적자를 만들진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장기집권해온 온건노조에 실망을 느낀 조합원들이 강성노조를 선택한 만큼 그에 따른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는 점도 노조에 있어 부담이다.

회사측도 마찬가지다.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이 취임한 뒤 모든 부실을 청산한 상황에서 노사관계 악화라는 리스크를 끌고 가봐야 득이 될게 없다.

현재 권 사장이 취임한 뒤 노사관계는 소폭이나마 개선된 상황이다. 노조 측은 절충안이 나온다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권 사장이 취임한 뒤 노사 간 교섭에서 약간이나마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경영 구조는 가시적으로 변화하지 않았다”면서 “(임금에 대한)절충안이 나온다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노조는 부분파업 이후에도 절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전면파업 등 모든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조는 파업보다는 원활한 교섭을 위한 조치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사측 역시 “교섭이 원만하게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원만한 교섭 진행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임금안을 제외한 협상안이 점차 이견을 좁혀가는 등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양측 모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경영진이 오른 만큼 사측의 변화된 태도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