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뷰티' 열풍은 옛말…기세 꺾인 일본산 화장품
2014-11-03 09:14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J-뷰티' 열풍을 타고 승승장구하던 일본산 화장품의 국내 위상이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메이드인 프랑스'와 함께 최고 명품으로 대접받던 일본 화장품 브랜드들이 국내 소비자에게 외면받으면서 판매부진으로 시름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화장품 브랜드 오르비스는 국내에 진출한지 14년 만에 한국 사업을 철수한다. 한국오르비스는 지난 8월 전화 및 통신 판매와 홈페이지를 통한 상품 주문 서비스를 종료한데 이어 내년 2월 한국법인을 청산한다.
오르비스는 2001년 국내에 진출한 일본 기능성화장품 브랜드로 1만~3만원대의 클렌징 제품과 선크림, 파운데이션 등이 특히 유명하다. 론칭 당시 합리적인 가격 대비 높은 성능으로 DHC와 함께 'J-뷰티' 붐을 주도했다.
업계는 오르비스가 최근 잇따른 원전사고로 일본산 화장품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우량 고객이 대거 이탈하자 철수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예측했다.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의 경우 민감한 소비자들이 구매 자체를 꺼리면서 실적부진이 장기화됐다는 설명이다.
일본 특유의 전화 판매 방식이 국내 화장품 유통환경과 맞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피부고민을 털어놓길 꺼려하는 분위기 탓에 방문판매보다는 전화 및 통신 판매가 발달했다.
클렌징 오일로 유명한 DHC의 경우 2007년 471억원이던 매출이 2012년 149억원으로 5년 만에 70% 급감했으며, 최근 홍대·강남 등 직영매장을 철수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들어갔다.
SK-2 역시 지난해 이수경 한국피앤지 대표가 직접 나서 "SK-2는 방사능과 무관하고 100% 안전하다"고 강조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J-뷰티' 몰락은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등에서도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산 화장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09년 21%에서 지난해 14%로 5년 만에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도 일본브랜드 점유율은 13.5%에서 10.9%로 줄었다. 한국 브랜드와 중국브랜드가 각각 1.6%p, 8.7%p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화·통신판매, 드럭스토어 등 한정된 유통망을 고집하던 일본브랜드들이 제품을 직접 체험하길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은 추세라면 일본 브랜드들의 위축이 장기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