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호 골든타임 키를 잡아라①] 디플레공포 '엄습'…내년 더 어려워진다
2014-10-27 07:57
정부 경기부양책에도 내수 회복 지지부진
저성장 한국경제 마땅한 출구전략 못 내놔
저성장 한국경제 마땅한 출구전략 못 내놔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며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2기 경제팀이 구성되면서 시장은 빠르게 안정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변수는 곳곳에서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과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의 경제동향과 같은 작은 변화에도 움츠러든다.
최경환 경제팀은 내년에 41조원의 나라 곳간을 모두 풀어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노력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한국경제의 미래를 자신할 수 없다. 적제적소에 어떤 정책이 투입되느냐가 한국경제호를 순항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경환 경제팀은 출범 후 약 3개월 남짓 수많은 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동안 저성장에 허덕이던 지난해 박근혜 정부 초기와 달리 시장에서는 기대감이 가득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장, 기업투자 활성화까지 새로운 정책 변화로 각종지표의 미세한 상승곡선이 이어졌다.
그러나 효과는 길게 가지 못했다. 미국 양적완화, 일본 엔화 약세, 중국 성장률 하락 등 10월부터 곳곳에서 대외변수가 터지자 시장은 버티지 못하고 다시 위축됐다.
코스피는 최 부총리 취임 후 2080선까지 올라갔지만 10월부터 각종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1900선에 턱걸이했다.
이처럼 한국경제 전반에서 저성장 장기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정부는 마땅한 출구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책을 내놓더라도 국회 입법절차 등을 감안하면 적절한 시기에 정책이 시장에 반영되는 것은 극소수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을 내놓는 것은 시장과 경제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최근 정부 정책은 시장과 따로 돌고 있다.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시기가 늦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이미 3% 중반으로 굳어졌다. 일각에서는 디스플레이션 가능성도 염두해야 하는 심각한 수준까지 진단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KERI 경제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디플레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에도 내수 회복이 지지부진한데다 유럽 경기 둔화, 신흥국 부진, 삼성전자 같은 대표 기업 실적 악화 등 국내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며 “아직은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저물가,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성장동력이 크게 떨어지는 디플레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는 적절한 시기에 정책이 풀리지 않으면 최경환 경제팀이 제시한 ‘저성장의 늪’을 탈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은행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확장적으로 편성한 내년 예산의 효과 등을 제외하면 경기회복 모멘텀이 충분하지 않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2%대로 인하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5%로 하향조정한 이유다.
내수 시장 역시 정부 생각처럼 쉽지 않은 모습이다. 정부가 다양한 정책 수단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에는 온기가 돌지 않는다.
고용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고용이 소비로 연결되는 부분이 더디다. 50~60대 장년층, 서비스업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어나 고용의 질이 나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기업들은 기존 사업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도 돈벌이가 될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탓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내수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수출 환경이 예상보다도 빨리 악화되는 것 같다”며 “올해 경제가 내수 중심으로 어려웠다면 내년에는 내·외수 성장세가 함께 약화되면서 저성장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