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세계 경기급락 재발 조짐 속에 한국 경제의 추락세가 가파르다.

글로벌 경쟁 심화로 한국 기업들의 성장성 둔화가 빨라지고 있으며, 신흥국 추격과 신성장동력 부재 등 산업 구조적인 문제가 부각돼 회생 전망도 밝지 않다. 여기에 내수 회복도 부진하고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까지 더해져 끝모를 추락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한달동안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약 2조8800여억원에 달해 3조원에 육박했다. 재차 불거진 세계 경기둔화 흐름과 함께 한국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시장 불안감이 커진게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 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연중 10대 초반을 달리더니 이달 들어 10대 중반을 넘어서 지난 17일 18.65로, 지난해 6월 26일(20.32)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23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의 매주 경제 정책을 쏟아내며 경기 부양을 시도했지만 살아나는 듯 했던 경기는 다시 침체 분위기로 돌아섰다.

최근 경제 동향은 저물가가 지속되고, 전산업 생산이 3개월만에 감소세로 전환되는 등 경기회복 모멘텀이 미약한 상황이다. 9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1.4%에서 1.1%로 둔화됐다. 또 8월 중 광공업 생산이 자동차 업계 파업 등의 영향으로 전월 1.5%에서 -3.8%로 감소 전환했으며, 같은 달 설비투자도 투자심리가 위축돼 전달 3.4%에서 -10.6%로 큰 폭의 둔화를 보였다.

특히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은 이유는 최근 수년간 한국 기업의 성장성이 해외 기업들에 비해 둔화됐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이 2010년부터 2014년 상반기 동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한국 494개 기업과 세계 64개국 1만5254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제조업 경영성과를 분석했는데, 2011년 11.5%를 기록했던 한국 제조기업의 총자산증가율은 2012년 1.2%, 2013년 3.3%로 급락했다.

반면, 전세계 제조기업의 총자산증가율은 2012년 3.7%를 기록한 이후 2013년 5.1%, 2014년 상반기 4.8% 등으로 완만하게 회복했다.

또 한국 제조기업의 매출증가율은 2010년 15.8%에서 2014년 상반기 0.9%로 낮아졌으나, 전세계 제조기업은 2013년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2014년 상반기 6.0%로 한국 기업과의 차이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의 신사업도 유형자산 중심의 외형성장에 치중돼 신성장동력이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별로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한국경제를 두고 “투자심리 회복 지연, 세수부족,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향후 경기 하방 리스크가 다소 우세하다”고 평가했다.

시장 전문가는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 세계교역 부진 등은 다소 완화될 여지가 있지만 기조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아 수출기업의 여건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원화 강세 압력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개입에도 한계가 있어 기업의 자발적인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