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승객들을 세월호에 방치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승무원이 거짓말 탐지기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실을 가리릴것을 제안했다.

20일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27회 공판에서 견습 1등 항해사 신모(33)씨는 "계속 진실을 이야기해도 믿지 않으니까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하자고 했다"고 항변했다.

신씨는 "사고 당시 조타실에 여객부 승무원 8명이 있었는데 탐지기 조사를 하면 엇갈린 진술의 진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판 초기 국민참여재판 도입을 요구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재판을 지켜보며 객관적으로 사실 관계를 파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승객을 구조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세월호 출항 당시부터 무릎이 좋지 않아 사고 당시 움직이기 힘들었고 세월호 근무시간이 짧아 구조를 잘 몰랐다"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 돌이켜보면 부족했고 무능력해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신씨는 "사고 이후 조타수로부터 '왼쪽으로 타를 돌렸는데 오른쪽으로 돌아갔다'고 들었다"라며 "다른 선박에서 항해 업무 중 서투른 조타수가 키를 자꾸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것을 봤다"고 조타 방향의 실수를 침몰 원인으로 지목했다.

퇴선명령 여부에 관해서는 이준석 선장의 지시에 따라 2등 항해사 김모(46)씨가 양대홍 사무장에게 퇴선 명령을 내렸다고 신씨는 주장했다.

신씨는 "선장이 사고 당시 쪼그려 앉아 있었는데 말을 할 수 없다거나 공황 상태까지는 아니었고, 초기에는 엔진 정지해봐라,
발전을 돌려봐라 등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이 선장이 공황 상태로 퇴선 명령을 할 수 없었다'는 다른 승무원들의 진술을 반박했다.

이 선장의 상황에 대해 다른 조타수 박모(60)씨는 "이 선장이 해도대 옆에서 아무런 지시도 않고 그냥 서있었다"며 "보좌하는 다른 항해사들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붙잡고만 있었다"는 등 다른 승무원들과 같은 주장을 했다.

그는 "이 선장이 해경 경비정에 구조되기까지 퇴선 명령을 하지 않았다. 다른 승무원들이 퇴선 방송을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상반된 진술을 했다.

박씨는 법정에서 가장 먼저 탈출해 해경 경비정에 구조 요청을 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경비정을 보지 못했으며 가장 먼저 나와 구명벌을 터뜨리려 노력했지만 결국 올라가지 못했다"며 구호 노력을 한 점을 강조했다.

사고 당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한 박씨는 "당시 승객들에게 탈출 지시를 내렸다면 인근에 대기한 선박에 의해 구조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검사의 추궁에는 "퇴선 지시 권한이 있는 선장과 항해사로부터 어떠한 지시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 피해자 진술, 증거 조사 이후 27일 결심 공판을 열 계획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과 검찰의 구형이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