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연극 '박웅의 수상한 수업'..두남자의 인과응보

2014-10-19 14:32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11월2일까지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예술의전당 입구에는 영화 '맨인블랙'같은 검은 정장을 입은 두 남자의 이 포스터가 커다랗게 붙어있다.

 예술의전당의 야심작이라는 표시다.  2014기획 연극 SAC CUBE 프리미어(PREMIERE) 시리즈로 상반기에 선보인 연극 <환도열차>에 이은 두 번째 신작 연극 <박웅의 수상한 수업>이다. 지난 17일부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고 있다. 

 50년 연기인생 원로 배우 박 웅(74)과 아들뻘인 상대역 김재만(42)이 벌이는 2인극이다. 

중후한 역할로 대중에게 알려진 배우 박웅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이 연극은 오해와 편견의 시대에 던지는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가 담겼다.(멋지게 차려입은 두 남자의 포스터는 포스터일뿐, 기대하지 말자. 두 남자는 무대는 극사실, 리얼리즘이다. 우리 일상에서 슥 지나칠법한 스타일로 꽤 현실적인 모습이다. )

“제가 연기할 노교수는 교활하고 치밀하며, 복수심에 눈이 먼 인물로 기존에 맡아오던 중후한 역할과 아주 다른 성격이죠.”(배우 박웅)

 무대 한복판을 장악한 등대섬에서 노신사와 젊은 연극인이 연기수업을 약속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연극 박웅의 수상한 수업]


은행에서 5000만원을 털었다는 노신사(박웅). 검은 가방에 든 돈을 보여주면 연기를 가르쳐주면 하루에 일당 100만원씩을 주겠다고 젊은 연극인 유진원(김재만)을 유혹한다. 딱 49일간 연극 '리어왕'을 가르쳐달라고 한다.

가르치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나이를 가진 노교수는 발성도 안되고 신체훈련도 힘들고 천식도 있어 유진원의 애를 태운다. '돈 맛'에 홀린 배고픈 연극인은 20일째부터 지루함과 본능과 싸우게 된다. 파도소리만 나는 무인등대에 고립된 그는 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두 남자는 술에 취해 속엣말을 드러낸다. (이때 젊은 연극인인 배우 김재만의 술취한 연기가 작렬한다. 진짜 소주를 먹었나 싶을 정도로 취기오른 연기는 취권을 압도하며 깨알재미도 선사한다.)

 세포분열하는'돈의 위력'은 진실도 드러나게 한다. 지루해질즈음 반전의 묘미가 살려낸다.  바닷가에서 30일의 시간을 함께 지내게 된 이 들은 같은 공간에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소름 끼치도록 놀라운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잊힌듯했던 해묵은 비밀이 점점 밝혀진다. 두 사람의 비극적인 가족사가 밝혀지는 추리극이다. '우연은 없다. 인과응보'라는 노신사의 말처럼 이 연극은 '타인의 고통'에 대해 생각해볼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연극 박웅의 수상한 수업 ]


 국내 창작뮤지컬 극작의 대모격인 오은희 작가가 10여년 만에 배우 박 웅만을 위해 쓴 ‘맞춤 희곡’이다.  오랜 기간 연극계를 지켜온 우리시대 대표 원로 배우를 연극무대에서 보다 특별하게 만나고 기념하기 위한 기획 작품이다.

“이 극은 인물의 과거를 캐내고 싶어 하는 관객과 자신들의 속내를 감추려고 하는 등장인물간의 두뇌싸움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인물들 간의 갈등 속에서 점차 들어나는 진실은 강한 무게로 관객 여러분의 마음을 두들일 것이다.”(작가 오은희)

연출은 올해 '오페라연극 맥베스'로 주목받은 신예 연출가 이주아가 맡았다. 소극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거대한 등대를 선보인 무대는 사실적인 무대미학으로 각광받고 있는 무대 디자이너 이윤수가 꾸몄다. 반전의 극처럼 등대는 원형회전하며 실내무대로 변신한다. 공연은 11월 2일까지.관람료 지정석(1층) 4만원 / 자유석(2,3층) 2만5000원.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