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미국 보건당국이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 치료진에 사실상 이동금지령을 내렸다.

뉴욕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보건당국에 대해 “미국 텍사스 주와 댈러스 카운티 보건당국은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를 치료한 텍사스건강장로병원 치료진을 대상으로 이동금지를 요청하는 일종의 합의서를 마련하고 이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미국 보건당국은 미국 내 첫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로 지난 8일 사망한 토머스 에릭 던컨을 열흘 동안 치료한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지원 인력 100명에게 에볼라 바이러스 잠복기(최대 21일)가 지날 때까지 대중이 모이는 식당, 영화관, 잡화점 등을 방문하지 말 것과 비행기, 배, 장거리 운송 버스, 기차도 이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한 이 미국 보건당국은 “지역 내에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할 때에는 반드시 미국 보건당국과 상의하라”고 덧붙였다.

치료진은 자가 체온 검진과 보건 당국자의 검진을 실시해 하루 두 차례 증상 검진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은 가족과 친지에게 전염시킬 것을 걱정하는 치료진이 병원에 머물 수 있도록 특수 병실을 만들 계획이다.

미국 보건당국의 이번 조치는 치료진 중 벌써 2명이 비행기나 배를 이용해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가 미국 전역에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보건당국의 이번 조치가 나오기 전 던컨을 치료하다가 14일 검사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양성반응이 나타난 여자 간호사 앰버 빈슨(29)은 에볼라 바이러스 증상을 호소하기 전인 10일 댈러스에서 클리블랜드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다시 13일 항공편으로 댈러스에 돌아왔다.

미국 보건당국의 이번 조치가 나오기 전 16일에는 이 병원 연구실에서 던컨의 체액 표본을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직원이 동행자와 유람선을 타고 텍사스 주 갤버스턴을 떠났다.

미국 보건당국의 이번 조치가 나온 상황에서 빈슨은 현재 조지아 주 애틀랜타 에모리대학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유람선에 승선한 이 직원과 동행자는 자발적으로 선실에 격리됐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미국 보건당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합의서에 법적 구속력이 없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치료진 중 몇 명이 합의서에 서명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보건당국은 “이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주 정부의 격리 명령을 받는다”고만 적시했고 처벌 조항은 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