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초대석] 김동환 핀에어 한국지사장, “핀에어 100주년에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2014-10-15 12:00
필리핀 현지여행사에서 시작…핀에어 입사 1년 만에 초고속 승진
세월호 여파 피할 수 없었어…‘디자인 항공사’로 차별화 꾀해
"핀란드 관광활성화로 유럽 대표하는 항공사로 자리 매김 할 것”

김동환 핀에어 한국지사장은 핀에어 입사 1년만에 초고속 승진을 해 '최연소 외국항공사 한국인 지사장'의 타이틀을 달게됐다.[사진제공=핀에어]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외국항공사 최연소 한국인 지사장’

김동환(42) 핀에어 한국지사장을 설명할 때 늘 따라 붙는 수식어다. 지사장이라는 직함 때문에 그를 업무적으로 만난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지사장이 왜 이렇게 젊냐'는 질문이 단골로 등장한다.

김 지사장은 타 외항사 지사장들에 비교해 어린 것은 장·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나이를 무시 못해요. 영업이든 미팅이든 나이가 좀 있어야 수월 한 것 같아요. 그래서 3년 전부터 희끗희끗 나는 흰머리를 일부러 염색하지 않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김 지사장은 희끗한 머리와 달리 요즘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카드 목걸이도 즐겨한다. 여행업계 말단 직원부터 대표까지 두루두루 만나는 그는 핀에어 로고가 박혀있는 카드 목걸이를 메고 다니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기 때문에 애용한다고 한다.

◆ 필리핀 여행사에서 시작…입사 1년 만에 초고속 승진

김 지사장은 항공업계에 종사한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필리핀 현지여행사인 랜드사에서부터 일을 시작해 2004년 GSA(총판대리점)인 ㈜샤프에서 핀에어의 영업대행을 맡았다. 오프라인 영업, 취항 등 10개의 다른 부서의 명함을 갖고 하는 일이 많아졌지만 즐거웠다. 그는 항공서비스와 관련해 다양하게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2008년 핀에어가 한국에 진출하는데 힘썼다.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2011년 핀에어에 입사해 코리아 세일즈 매니저, 본사 글로벌 상용 세일즈 매니저로 활약하다 이듬해 핀란드 국적항공사인 핀에어 한국지사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40세의 김 지사장은 핀에어 입사 1년 만에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그의 초고속 승진이 가능했던 것은 여행업계부터 항공업계까지 전천후로 활약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에 능하다는 점과 ‘효율’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에 있다. 김 지사장의 사전에 야근은 없다. “불필요한 야근보다 9시부터 6시까지 주어진 업무 시간동안 집중도와 시간 관리를 통해 효율적인 양질의 업무를 하는 게 중요해요. 업무 시간 이후의 개인 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해 할 일이 남아 야근을 하겠다는 직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그는 오랫동안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상대의 눈빛으로도 달라진 뉘앙스로도 분위기 파악에 능하다. 랜드사부터 여행업, 항공업까지 두루거친 김 지사장은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직원들이 요점만 이야기하면 척하면 척이다. 이런 그를 핀에어 한국지사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직원들은 저를 ‘합리적이지만 깐깐한 상사’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업무에 관해서는 다 아니까 변명이 통하지 않죠”

김 지사장은 외국항공사에서 근무하길 원하는 청년들에게 ‘서비스 마인드’와 ‘목표 세분화’를 주문했다. “어떤 일이든지 주어지면 잘하겠다”라는 멘트는 최악으로 꼽았다. “지난 10년간 500여명 이상의 직원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제일 답답한 것이 본인이 지원한 분야에 대한 직무도 잘 모른다는 거에요. 일하고자 하는 분야에 목표의식이 불분명한 거죠. 보다 목표를 세분화해서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디자인 항공사' 핀에어만의 색깔을 담은 '마리메꼬' 비즈니스클래스 기내식.[사진제공=핀에어]


◆ 세월호 여파 피할 수 없어…‘디자인 항공사’로 차별화

핀에어는 올해 91주년을 맞이했으며 한국에 취항하는 항공사 중 세 번째로 오래된 항공사다. 2008년 한국에 취항한 이래 평균 두 자리 수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잘나가는 핀에어에게도 세월호 여파는 피할 수 없었다. “레저활동과 교육관련 출장으로 북유럽 노선은 5~6월이 피크에요. 매년 여객수송 및 점유율이 계속 오르다가 세월호 여파로 한자리수로 떨어졌죠. 수요예측에서는 15%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떨어져 결과적으로 20%대 하락세를 보였죠. 본사에 리포트 올리느라 정신없었습니다” 이어 그는 다행히 황금연휴, 여행심리 회복 등으로 여름장사는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에어아시아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한국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핀에어는 ‘디자인 항공사’라는 차별화를 히든카드로 꺼내들었다. 그는 “사실 LCC들의 전방위적인 공격에 승객을 많이 뺏기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LCC와 풀서비스항공사(FSC)의 이용객층은 다르다”며 “단순히 비행기 타고 이동하는데 초점을 두면 차별화를 줄 수 없어 승객들에게 다른 경험을 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 ‘마리메꼬’ 디자인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핀에어는 60년 전통의 핀란드 대표 디자인 브랜드인 마리메꼬와 협력을 맺어 기내식에서 제공되는 컵, 냅킨, 그릇 등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부문에도 핀에어만의 색깔을 담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동환 핀에어 한국지사장은 10년 후에도 '핀에어 맨'으로 핀에어의 100주년 행사를 함께 하고 싶다고 밝혔다.[사진=핀에어]


◆ 핀란드 관광활성화 되면 유럽 대표 항공사로 우뚝

그는 2년 전 활동이 중단된 핀란드의 관광청 부활에 바람을 드러냈다. 현재 마띠 헤이모넨 주한 핀란드 대사와 올해 안에 결정 날 관광청 부활과 관련해 논의 중이다. 김 지사장은 주한핀란드대사관 산하의 무역기구인 핀프로(PINPRO)에서 관광청의 업무를 대신하는 등 논의 중인 사안을 언급하며 핀란드 관광활성화에 긍정적인 기류를 전했다. “유럽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나라 중에 스위스를 꼽는 것을 참 의아해 해요. 그만큼 스위스 관광청이 가고 싶은 나라처럼 이미지 메이킹을 잘 한거죠. 핀란드는 일본, 중국에서 수요가 많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관광지로서 이미지가 부족한데 관광청이 생기면 핀란드 여행수요가 좋아질 것 같습니다.”

그는 10년 후에도 ‘핀에어 맨’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핀에어 본사는 현재 한국, 일본, 싱가폴, 태국 등에서 현지인 지사장을 늘려가는 추세다. 본사에서 파견 온 주재원의 경우 2~3년 있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 업무의 연속성이 부족한 반면 현지인 지사장의 경우 그 나라 문화를 잘 알고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지사장은 “9년 후면 핀에가 100주년이 되니 소속원으로서 프로모션 계획을 함께 진행하고 싶다”며 “100주년쯤 되면 한국시장에서 핀에어는 유럽을 대표하는 항공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