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김치수 이화여대 석좌교수 별세
2014-10-14 16:09
1994년 한국기호학회 설립을 주도하며 전 세계 인문·사회과학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친 기호학 이론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 기호학에 대한 관심과 인식의 폭을 넓혔다. '문학과지성' 창간 멤버였던 원로 문학평론가 김병익 씨는 "한국기호학회를 만들어 기호학에 대한 관심을 학계에 불러일으켰다"면서 "불문학과 한국 문학 양쪽에 학문적으로, 문학적으로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1940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프랑스 프로방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글로 사유하고 본격적인 문학 비평에 나섰던 4·19세대의 선두주자로, 196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입선해 등단했다.
저서로 '한국소설의 공간' '문학사회학을 위하여' '구조주의와 문학비평' '박경리와 이청준' '문학과 비평의 구조' '공감의 비평을 위하여' '현대기호학의 발전' '표현인문학' '삶의 허상과 소설의 진실' '문학의 목소리' '상처와 치유' 등을 남겼다. 또 '누보로망을 위하여' '새로운 소설을 찾아서' '러시아 형식주의' '기원의소설 소설의 기원'(공역)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공역) '기호학과 문학'(공역) 등의 책을 번역 출간해 해외 문학계의 흐름을 국내에 소개했다.
부산대, 한국외대 조교수 등을 거쳐 1986년부터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반세기 가까이 문학 현장을 지켜온 고인은 현대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프랑스 문화학술공로훈장 기사장, 옥조근정훈장, 대산문학상, 보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한국기호학회 회장, 한국불어불문학회 회장,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장, 세계기호학회 집행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최근에는 막역지우였던 김현을 기리는 김현문학기념사업회 회장을 맡아 의욕적으로 추모 사업을 진행해왔다.
유족으로는 아들 용대(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용욱(뉴욕 맨해튼 칼리지 토목공학과 교수)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영안실 1호실. 영결 예배는 17일 오전 8시 엄수된다. 장지는 경기도 양평 추모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