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국정감사] ‘고성→정회→파행’ 반복…정책·민생 국감 실종

2014-10-13 16:34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방위, 정무위, 농해수위, 교육문화체육위 등의 국정감사가 열린 가운데 관계 부처 공무원들이 국정감사장 로비에서 분주히 근무를 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조문식 기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2014년도 국정감사 중반부로 접어든 13일에도 여야 간 고성과 호통 국감이 재연되면서 ‘부실 국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상 최대인 672곳의 피감기관에 대한 송곳 감사는 찾을 수 없고, 대안도 정책 제시가 없는 최악의 국감이 지속되고 있다.

국감 초반 증인 채택을 놓고 파행을 거듭한 여야는 이날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에서 ‘호통·정쟁→정회’ 등을 이어간 결과, 다수 의원들이 질의조차 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둘러싼 장기간 대치 국면으로 총체적 부실 국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여야가 정책 국감 대신 ‘결정적 한방’만을 노리는, 구태 정치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감 이후 매년 연례행사처럼 제기된 ‘국감 무용론’이 정치권을 강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산자위 오전 국감, 與野 난타전에 ‘27명’ 의원 질의 못해

산업통상부를 상대로 국감을 진행한 산자위에선 여야 간 난타전으로 29명 가운데 2명의 의원만이 질의를 했다.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감사인 국감에서 입법부 소속 의원들이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 기회를 놓친 것이다.

논란의 발생은 산자위 소속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윤상직 산업부 장관의 명의로 된 ‘국감 대응 관련 지시사항’ 문서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의 사이버 사찰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상황에서 장관의 ‘산하기관 국감 답변서 사전 검열’이 덮치면서 파문이 확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박창명 병무청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정 의원은 윤 장관을 직접 겨냥, “‘(답변서를) 스크린해라’, ‘상세하게 작성하는 것은 자제하라’ 등의 지시를 했다”고 포문을 연 뒤 “이에 따른 명확한 해명과 사과가 필요하며,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은 법률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10여명의 의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 윤 장관 비판에 가세했다. 노영민 의원은 윤 장관의 사전 검열 문서와 관련, “명백한 불법이자 국회법 위반”이라고 발끈했고, 다수 야당 의원들도 호통을 치면서 장관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윤 장관이 “임용된 지 몇 년 안 된 신임 사무관이 (산하기관에) 이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하자 야당 의원들은 “사무관이 장관의 지시 없이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느냐”라며 더욱 강하게 반발했다.

보다 못한 새정치연합 소속 김동철 산자위 위원장은 결국 정회를 선언했다. 정회 이후 속개된 국감에서도 여야는 난타전을 전개했다. 이날 오전 산자위 국감에서 질의한 의원은 29명 의원 중 2명(6%)뿐이었다. 

◆법사위 ‘카톡 사찰’ 도마, 기재위 ‘세월호’ 공방전…반대편 공격에만 치중

이 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날 국회 법사위 국감에선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 검열 논란을 둘러싸고 야권 의원들과 피감기관 수장들이 설전을 벌였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세청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과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세월호 침묵 시위를 제안한 대학생들의 카톡이 털리고 있다” “법무부가 지시한 것이 아니냐”라고 호통을 쳤다. 사법당국이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변질됐다며 비판한 것이다.

황 장관은 “그렇지 않다.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이후 사이버 명예훼손 사범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고 대통령 개입에 대한 의혹을 차단했다. 그러자 야권 의원들은 “핑계만 대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월호 국감이 된 기재위에선 감사원의 부실감사가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부실 검사’를 한 것으로 드러난 한국선급과 관련, “전문검사기관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꼬집자 김상규 조달청장은 “규정을 만들어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슈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정쟁의 장으로 변질된 국감과 관련해 “상시 국감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부실 국감은 국회의원의 문제이지, 제도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