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문식 기자 = 최근 5년간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대출·출자·출연한 금액이 약 6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전북 군산)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 받은 대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9년부터 2014년 9월 말까지 정부가 발권력을 동원해 공기업이나 일반 기업 등에 빌려준 금액이 약 63조2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내년 정부 예산안(376조원)의 16%에 이르는 금액이다. 대출 내역을 살펴보면 금융 중개지원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해 중소기업에 돈을 푸는 신용정책으로 최근 5년간 56조원의 자금이 시중에 공급됐다.

한은은 또 지난 7월 발표된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맞춰 한도를 기존 12조원에서 15조원으로 확대했다. 세금이 할 일을 발권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 대출액도 마찬가지였다. 공공기관 대출액은 총 6조7556억원으로 지난 3월 정부가 회사채 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책금융공사에 대출한 3조4590억원과 2009년 은행자본확충펀드에 대한 대출금 3조2966억원을 합한 금액이다.

표면상 모두 정책금융공사에 대한 대출금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자는 정금공의 신보 출연을 지원하기 위한 ‘우회 지원’이고 후자는 은행의 대출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동원한 공적 자금으로 모두 재정여건이 여의치 않자 발권력이 동원된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다.

물론 이와 같은 대출이 한은법에 규정된 사항이라 불법은 아니다. 김 의원실은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자금조달·운용 불균형으로 유동성이 악화된 금융기관(제65조)’이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영리기업(제80조)’에 긴급 여신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면서도 “구체적 기준에 대한 판단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조달 비용 없이 찍어내기만 하면 되는 발권력 동원은 정치권력에게 달콤한 유혹”이라며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책임이 한은에 있어 불법이 아니라 해도 견제 없는 지금과 같은 발권력 동원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은이 시중에 푼 자금은 화폐가치 하락과 물가 부담으로 전이되고 결국 부채나 마찬가지인 만큼 발권력 동원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