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엔저에 낀 원화…경상수지 흑자 지속 땐 '원고·엔저'가능성도
2014-10-06 17:21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글로벌 달러 강세 여파가 거세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원·달러 환율이 1080원 대까지 도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원·엔 환율은 100엔 당 960대까지 내려오면서 다소 걱정을 덜게 됐지만 달러 강세에 따른 엔저 부담으로 원·엔 환율 하락도 불가피한 만큼 원화는 달러와 엔화 사이에 낀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6원 오른 1069.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9일 9.4원 급등해 1050원대에 오른 원·달러 환율은 2거래일 만에 1060원대를 돌파했고, 다시 1070원대까지 단숨에 올라선 것이다.
미국 경기가 ‘나홀로’ 회복세를 보이는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 정상화를 서두를 수 있다는 경계심이 확산돼 달러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달러화 강세에 따른 엔화 약세다. 강달러로 엔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엔·달러 환율도 다시 109엔대 후반으로 상승한 것이다.
실제 지난 7월 이후 달러화 강세로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 하락폭이 원화보다 2배나 컸다. 국제금융센터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로화, 엔화 등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6월 말 79.775달러에서 지난달 말 85.936달러로 7.7% 올랐다.
같은 기간에 원화는 1011.8원에서 1055.2원으로 4.3% 오르는 데 그쳤다. 엔화 약세가 원화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된 것이다.
엔저의 장기화 내지 심화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 결정에 이어 정책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통화정책의 정상화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본은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100엔당 800원대로의 하락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 기조가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화 강세현상이 재현될 경우 ‘원고·엔저’에 따른 원·엔 환율 하락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이승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한국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국내총생산 대비 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한국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 것도 중장기 원화 강세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원화의 경우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는 대부분의 통화와는 달리 소폭 절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 선임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달러 대비 절상폭은 완만하더라도 다른 주요 통화와 비교하면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원·엔 환율이 내년 중 100엔당 80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유로화에 비해서도 올해에 비해 10% 이상 절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