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엇갈린 명암…손 떼는 '삼성', 볕 드는 '한화'

2014-10-06 17:47
태양광 업황 개선에도 업체별 희비 엇갈려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삼성, SK, LG, 포스코, 한화 등 태양광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며 앞다퉈 시장에 진출했던 국내 대기업들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5대 신수종 사업에서 태양광 사업을 제외하고, 모바일 솔루션 분야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이 신수종 사업에서 태양광을 제외하는 것은 그동안 지지부진한 사업 성과는 물론 향후 성장성도 불투명해진 탓이다. 이를 두고 삼성이 태양광 사업을 공식적으로 포기했다고 보기보다는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정부의 태양광 관련 국책과제 사업 종료 후 사업 철수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태양광 사업이 애초 기대만큼 실적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SK그룹도 야심차게 추진하던 차세대 태양전지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7600만달러를 투자해 47.9%의 지분을 보유했던 미국 태양전지 제조업체 헬리오볼트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9월 'CIGS(구리·인듐·갤륨·셀렌화물)' 태양전지 제조기술을 보유한 헬리오볼트에 투자를 집행하며 태양전지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하지만 태양광 제품가격 하락 등으로 불황을 겪자 헬리오볼트에 대한 추가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포스코에너지 역시 미국 네바다주 태양광 발전 사업권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한 때 태양광 사업이 세계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기대를 모았으나, 성장세는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여기에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가 늘고 있지만, 수요가 이에 부응하지 않자 기업들이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이 미국 오염재생지역에 건설한 태양광 발전소 전경. [사진=한화그룹]


반면 일부 기업들은 태양광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역량을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까지 개편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분야 수직계열화를 달성한 한화그룹은 올해 초부터 태양광 제품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상업생산을 시작, 최근 공장가동률이 100%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한화가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태양광 수직계열화 달성에 있다. 이를 통해 한화는 가격 경쟁력 확보 등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폴리실리콘, 잉곳·웨이퍼, 셀, 모듈, 발전시스템에 이르는 태양광 분야 수직계열화를 갖춘 기업"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 법인을 두고 굵직한 사업성과들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LG그룹도 뒤늦게 태양광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LG는 올해 초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 LG이노텍 등 계열사 전국 19개 사업장 지붕에 총 19㎿급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국내 최고 수준의 효율과 최대 출력을 지닌 태양광 모듈을 선보이며, 태양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태양광 모듈 신제품인 '모노 엑스 네온'은 60셀 모듈 기준 18.3%의 최고 효율과 300W의 국내 최고 출력을 달성했다.

업계는 태양전지의 핵심 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최근 1년여간 40% 넘게 올랐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태양광 사업의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NPD 솔라버즈는 올해 태양광 시장 규모가 50GW가 넘을 것이라며 지난해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인 38GW과 비교하면 올해 시장 성장률은 30%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회복세를 보인다는 것은 대다수 전문가 의견"이라면서도 "중국 태양광 업체 난립에 따른 공급과잉 등으로 향후 수년간 업황에 대해서는 여전히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