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권의 정치학] YS 9차례 역대 최다, DJ·盧 8회, MB 7회…박근혜 선택은?
2014-09-30 17:19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고육지책이냐, 재벌 총수 구하기냐.”
‘재벌 총수 불관용’ 원칙을 고수하던 박근혜 정부가 집권 2년차 때 기업인 사면론에 불을 붙이면서 대통령 특별사면권(특사) 및 가석방을 둘러싼 고차 방정식이 주목받고 있다.
‘원칙 리더십’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시작으로, 실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잇따라 기업인 사면에 군불을 떼자 단순 특사를 넘어 여권 내 권력 헤게모니 쟁탈전이 내재돼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정권마다 ‘국민 통합’을 앞세워 성탄절 특사를 단행한 직후 ‘유전무죄·유권무죄’, ‘법치주의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도 이런 까닭과 무관치 않다.
눈여겨볼 대목은 기업인 사면이 '재벌 총수 구하기’와 일맥상통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보수 정권부터 진보 정권까지 대통령 특사를 남발했다는 점이다.
역대 사면 대상자 면면도 화려했다. 김대중 정부에선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 △김선홍 전 기아 회장, 노무현 정부에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이명박 정부에선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각각 사면 받았다.
집권 1년차와 2년차 초까지 ‘재벌 총수 불관용’ 원칙을 지킨 박 대통령은 올해 1월 28일 첫 특사를 단행했지만, 주로 생계형 사범에 집중되면서 여야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기업인 사면 대상자 역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구본상 LIG 넥스원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에 집중될 전망이어서 친재벌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정치권 안팎에선 여권 내부에서 오래전부터 ‘가석방’ 카드를 검토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대통령 부담 덜기’와 ‘재벌 총수 복귀’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고유 권한인 특사는 형이 확정된 특정 수감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워야 한다’는 요건을 채워야 한다.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미 수감 중이거나 재판 중인 기업인들을 선처하겠다는 내부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야권 내부에선 박근혜 정부가 선거가 없는 집권 2년차 때 수감 중인 재벌 총수의 ‘신변을 담보’한 뒤 대기업 측에 투자와 고용 등의 계산서를 들이미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2기 경제팀 수장에 오른 뒤 부동산 규제 완화와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제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최 부총리를 앞세워 ‘초이노믹스’를 완성코자 하는 전략적 행보라는 얘기다.
또한 2인자를 키우지 않는 박 대통령이 친박(친박근혜) 실제인 최 부총리를 앞세워 여권 내 김무상 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 등 비박(비박근혜)그룹을 견제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통령 사면권 안에 여권 권력구도가 숨어있는 셈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기업인 사면권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대통령 특사를 남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