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상장을 계기로 흔들리는 알리바바의 가치관
2014-09-25 15:56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뉴욕증시 상장으로 조달된 자금은 27조원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 자금조달은 투자자들의 알리바바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을 뜻하지만 앞으로는 알리바바가 ‘시장의 압력’을 받게 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주주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고객 1순위, 종업원 2순위, 주주 3순위”라고 밝혔다.
이번 상장으로 알리바바 주식의 7.8%를 보유하는 마윈 회장은 중국 최고 부자가 됐다.
중국 민간조사기관 후룬연구소(胡潤研究院)는 지난 23일 ‘중국 부자 랭킹’에서 마윈 회장과 그의 가족들의 자산총액이 1500억 위안(약 26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6배 늘어난 수치다.
마윈 회장이 언급한 ‘첫 꿈’은 무엇인가.
1999년 2월, 저장성(浙江省) 항저우시(杭州市)에 위치한 마윈 회장의 아파트에서 17명의 창업 멤버가 모인 자리에서 “우리들에게 3가지 목표가 있다”며 “102년 동안 지속될 기업을 만든다”, “중국 중소시업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 된다”라고 선언했다.
이 말은 인터넷을 활용해 중국 중소기업이 전 세계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도록 돕고, 알리바바도 같이 성장해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윈 회장은 ‘신뢰’를 중시하고, 인터넷 공간이라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환경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것이 알리바바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알리바바가 ‘고객 1순위, 종업원 2순위, 주주 3순위’라고 강조한 것도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주주만 챙기게 되면 창업 당시의 꿈을 이룰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알리바바는 이제 뉴욕증시에 상장을 했다. 중국 국내에서도 텐센트(騰訊), 바이두(百度)와 같은 인터넷 기업이 대두되고 알리바바를 위협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알리바바를 위협하는 인터넷 기업들과 대항하기 위해 거액의 조달 자금이 필요했으며, 마윈 회장은 이 자금으로 또 다른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려고 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의 인터넷 쇼핑몰 업계에서는 “알리바바의 상장이 반드시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 이유가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인해 알리바바 쇼핑몰 타오바오(淘宝網)의 점포 개설 요금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오바오에는 최소 1000위안(약 17만원)의 보증금을 지불하면 점포를 개설할 수 있고, 연간 지출 비용이나 로열티도 없다. 이는 자금력이 없는 영세 사업자의 점포 개설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알리바바 타오바오에는 800만이 넘는 점포가 개설돼 있어 사실상 점포를 개설해도 고객을 끌어 모으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알리바바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타오바오에서 눈에 띄는 위치에 점포를 개설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다. 고객의 눈에 띄는 위치에 사업주의 광고를 게재해 매출 향상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그러나 이 서비스의 비용이 급등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타오바오의 톱 페이지에 광고를 내기 위해 드는 비용이 1년 전에는 8~9만 위안(약 136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20만 위안(약 3400만원)까지 올랐다.
이 신문은 이러한 비용수입이 알리바바의 영업이익률이 47%에 달하는 높은 수익성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된면 매력적인 상품과 서비스가 있어도 자금력이 없어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는 중국의 사업자는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결국 알리바바의 인터넷 쇼핑몰에서의 판매 경쟁력을 잃게 된다.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을 계기로 알리바바의 가치관에 변화가 올 것인지, 이 가치관을 자켜나갈 것인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