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슬로우 비디오’ 차태현 “와이프가 영화 보고 잘 선택했다네요”

2014-09-24 11:14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배우 차태현(38)이 오랜만에 코미디 영화로 돌아왔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감독 김영탁·제작 영화사기쁜우리젊은날, 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는 남들이 못 보는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는 뛰어난 동체시력을 보유한 남자 여장부(차태현)이 순간 포착 능력을 인정 받아 CC(폐쇄회로)TV 관제센터에서 일하며 세상과 소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상과 단절됐던 장부는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 수미(남상미)를 CCTV로 지켜보며 조금씩 다가간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차태현은 스스로 “가족 영화 이미지가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슬로우 비디오’는 웃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만 감동도 가득한 작품.

“처음에는 주변에서 시나리오를 보고 제가 한다고 하니 썩 수긍하지는 않는 분위기였어요. 특히 아내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시사회에 초대했더니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와이프가 좋다고 하니 행복했죠. 저한테 ‘왜 선택했는지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변화를 주고 싶었던 마음을 이해했죠.”

김영탁 감독과는 ‘헬로우 고스트’ 이후 두 번째 작품이다. 4년만에 작품으로 다시 만났지만 호흡은 여전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차태현은 “김영탁 감독과는 코드가 잘 맞는 편”이라며 “김영탁 감독의 시나리오는 매우 신선하다. 대사가 많아 읽기는 힘들지만 지문이 디테일해 낄낄거리며 볼 수 있다. 서정적인 부분과 멜로적인 부분도 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멜로를 하지 않았기에 ‘슬로우 비디오’를 더욱 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친한만큼 차태현 농담도 이어졌다.

“사실 피곤한 스타일이죠. 하하. 모니터 안 하나하나 전부 체크하는 스타일이에요. 저는 연기만 하면 되는 건데 감독은 카메라 안에 모든 것을 통제해야하니까요. 한번은 골목을 배경으로 촬영하고 있었는데 그 끝에서 차가 한 대 살짝 지나갔더라고요. 그냥 넘어가도 되는 부분인데 다시 찍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아무도 신경 안 쓴다’고 하고 ‘연기하는 나를 봐야지 자꾸 어딜 보느냐’고 놀리기도 했죠. 하하.”

한번 호흡을 맞춘 감독과의 촬영은 즐거울 수밖에 없지만, 차태현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차태현은 “저한테 차태현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부분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영화를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변신 아닌 변신이 있기에 좋았다”면서 “누르는 연기를 주문하는데 저는 웃겨야한다는 고민도 함께 있었다. ‘슬로우 비디오’는 감독과 타협을 많이 한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그만큼 차태현에게 ‘슬로우 비디오’는 도전과도 같은 영화다.

“이런 식의 연기는 처음이었죠. 대부분의 작품들은, 어떤 역할이든 ‘차태현화’ 시켜 연기를 했는데 그걸 억누르고 가려야했으니까요. 사실 관객분들 중에는 제가 진지하면 약간 배신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하하. 저도 많은 분들이 저한테 원하는 연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나름대로 고민하고 변화를 생각하면서 선택하죠. 그래도 기본적인 것은 웃음이니까요.”

차태현의 영화 선택의 기준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챔프’ 때는 겁이 났지만 말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선택했고, 드라마 ‘전우치’는 장풍을 쏘고 주문을 외우는 신선한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복면달호’ 역시 복면을 쓰고 무대에 나온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차태현.

“결과적으로 15년동안 코믹 위주의 가족 영화를 많이 했죠. 아직도 그 패턴을 좋아하신다고 생각해요. 제 연기 욕심 때문에 변신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연기자로서 무언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한다는 숙제는 안고 있지만요. 악역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시기를 떠나, 어떤 작품의 악역이 저한테 들어올지 생각해보죠. 너무 뻔하게, 선한 얼굴을 가진 연쇄 살인마 같은 배역은 사양입니다.”

차태현의 ‘신의 한 수’라고도 볼 수 있는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예능이 배우 활동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갖고 있던 이미지를 벗어야하기 때문에 캐스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는 그는 “리얼 예능은 본성이 나쁜 애들의 성격이 그대로 나온다. 그걸 감출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연기자다. 저는 특이한 케이스로 예능이 연기에 크게 좌지우지 되지 않는 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1박2일’이 국민 예능 중 하나인데, 저는 크게 제약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제가 특이한 것일 수도 있는데 운도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끝으로 ‘엽기적인 그녀2’인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에 대해 차태현은 “정말 고사에 고사를 거듭했다”며 “전지현이 없는 연기를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말 견우가 보고 싶더라고요. 전지현이 없는 ‘엽기적인 그녀’는 뭔가 아쉽죠. 팬들이 욕할 수도 있다는 것도 잘 알아요. 그래도 견우의 팬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팬의 마음으로 스크린에 나오는 견우가 보고싶다는 생각에 하게 됐죠. ‘품행제로’도 너무 재미있게 본 작품이라 조근식 감독에 대한 기대감도 컸고요.”

‘엽기적인 그녀’에 대한 차태현의 애정이 엿보인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