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디플레에 맞서 '양적완화' 강수 꺼내드나
2014-09-23 13:57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분기별 유럽의회 증언에 나선 드라기 총재는 “저인플레이션 상황이 지나치게 장기간 지속될 경우, ECB 권한 내에서 비전통적인 정책 수단들을 추가로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필요시 ECB가 추가 자산매입, 더 나아가 대규모 국채매입을 통한 양적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아울러 드라기 총재는 각국 정부가 정책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ECB의 이 같은 경기부양 노력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다른 국가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했다. 이는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두고 프랑스 및 이탈리아 등 국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독일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 4일 ECB는 대대적 금리 인하와 함께 자산담보부증권(ABS)과 커버드 본드 매입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경기부양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E)이 실시했던 전면적 양적완화를 시행보다는 낮은 수위의 조치로 국채 매입을 제외하고 ECB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가 모두 제시된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리인하나 자산매입의 조치만으로 경제성장 모멘텀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평가해왔다. 이에 시장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ECB가 대규모 국채 매입을 통한 전면적 양적완화에 나서야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ECB가 야심차게 내놓은 경기부양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기는 둔화되고 있고, 디플레 우려 또한 심화되고 있어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최근 유로존은 독일 및 프랑스 등 주요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올해 2분기 제로(0%) 성장을 기록했다. 아울러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최종치)은 0.4%를 기록, 19개월 연속 ECB의 중장기 물가 관리 목표치인 2%를 크게 밑돌면서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 18일 ECB가 인플레이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련한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이 첫 번째 입찰에 들어갔으나 시중 은행로부터 예상만큼 큰 호응을 얻어내지 못하면서 ‘드라기효과’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양적완화 조치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드라기 총재는 이번 1차 수요가 ECB의 예상 범위 안에 속한다며 "오는 12월 실시될 2차 TLTRO에서는 좀 더 많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오는 10월 본격적으로 시행될 자산매입 조치에 대해서도 개봉 전부터 이미 회의감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ECB 정책자들 사이에서 중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반영하는 바로미터로 알려진 5년물 스왑 금리 수치는 지난 4일 경기 부양책 발표 후 3주간 최고치로 치솟았으나, 지난주에는 2010년 10월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이날도 드라기 총재가 추가 양적완화를 시사하며 유로존 경제를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음에도 투자자와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G 플러스 이코노믹스의 레나 코밀레바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크게 떨어졌다”며 “ECB에 대한 신뢰에 직접적으로 흠집이 생겼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부양책에 대한 기대보다 유로존 경기 하강과 ECB의 부양책이 불충분할 것이라는 관측을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로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ECB의 모든 조치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최근 우려되고 있는 유로존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해 추가 양적완화 기대감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