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기성회비 폐지하고 정부 국고 지원으로 대체해야”
2014-09-22 10:06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정부가 내년 예산안 편성에 법원에서 부당징수로 판결 받은 기성회비를 법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학생들의 수업료에 포함하는 안을 발표해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동안 국립대학들이 부당하게 징수한 기성회비로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공공요금을 비롯한 각종 비용을 지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의원(정의당)은 국립대 38개교의 기성회 회계와 일반회계 결산서를 분석한 결과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기성회 회계에서 부담한 시간강사료 부족분, 공공요금 부족분, 공무원 인건비성 경비, 자산적 지출 비용이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국가가 설립·운영 주체인 국립대는 정부가 인건비, 운영비, 시설확충비 등을 책임져야 하지만 정부가 이를 제대로 책임지지 않아 기성회비로 충당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국립대는 국고회계인 일반회계와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기성회 회계로 구분되고 2013년 기성회 회계 규모는 1조9889억원에 달해 전체 국립대 재정에서 46.6%를 차지했다.
기성회 회계는 수입 재원의 3분의2가 기성회비로, 2013년 기성회비는 총 1조2613억원으로 전체 국립대 입학금·수업료·기성회비 수입 1조4472억원의 87.2%에 달했다.
정부가 국립대학 운영경비를 제대로 부담하지 않아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기성회 회계에서 부담한 시간강사료 부족분, 공공요금 부족분, 일반직교직원 인건비성 경비, 자산적 지출을 합한 금액은 2조5213억원이었다.
2013년의 경우 시간강사료 부족분 504억원, 공공요금 부족분 553억원, 일반직교직원 인건비성 경비 3119억원, 자산적 지출 2048억원 등은 총 6224억원에 달해 기성회비 수입 1조 2613억원의 절반을 차지했다.
정 의원실은 정부가 이들 비용만 제대로 부담한다면 당장 국립대 반값등록금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간강사 인건비는 교원인건비에 해당해 정부가 전액 지원해야 하는데도 강사료의 70%만을 지원해 국고부족분 30%를 기성회 회계에서 부담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대 기성회 회계에서 부담한 시간강사료 부족분은 총 1634억원으로 전체 시간강사료가 2010년 1024억원에서 2013년 1562억원으로 증가하면서 기성회 회계에서 부담하는 국고부족분이 2010년 205억원에서 2013년 504억원으로 2.5배 증가했다.
정부가 국립대 기본운영경비인 전기·가스료, 상·하수도료, 전신·전화요금 등 공공요금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아 최근 4년간 기성회 회계에서 1601억원을 부담했다.
2011년 이후 정부부담(일반회계) 금액이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기성회 회계 부담액은 크게 늘어 2011년 242억원과 비교해 2013년엔 553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2010년에 이어 2013년에도 전체 공공요금 지출액의 절반 이상인 55.9%를 기성회 회계에서 부담했다.
국립대 교직원 인건비는 전임교원, 조교, 사무직·기능직 등 국가공무원인 일반직 교직원은 정부가 부담하고 ‘기성회 직원’은 기성회 회계에서 자체 부담한다.
일반직 교직원 급여가 낮다는 이유로 기성회 회계에서 연구보조비 등의 명목으로 인건비성 경비를 지급하고 있다.
정 의원실은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교육부 등이 기성회비를 급여보조성 인건비로 사용하는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 왔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4년간 기성회 회계에서 지출된 일반직 교직원 인건비성 경비는 1조2653억원으로 기성회회계 지출 총액의 18.0%를 차지했고 국고(일반회계)에서 지급된 인건비 5조5898억원의 22.6%에 달했다.
정 의원실은 공무원 인건비를 국가가 아닌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하게 돼 기성회 회계 운영을 왜곡하고 기성회 목적 달성에 필요한 재원을 낭비해 왔다고 지적했다.
국립대 자산은 국가 자산으로 귀속돼 국립대 시설비, 자산취득비, 토지매입비 등은 정부가 부담해야 하지만 정부 지원 예산이 부족해 기성회 회계에서 과도하게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일반회계)에서 부담한 자산적 지출 예산은 2012년 3354억원, 2013년 5102억원으로 정부 지원예산이 부족해 기성회 회계에서 매년 2000억원 이상 추가로 지출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지출한 금액은 시설비 4682억원, 자산취득비 4168억원, 토지매입비 476억원 등 총 9325억원이었다.
정 의원실은 기성회 회계로 취득한 시설과 물품은 국립대학 비국고회계 관리규정에 따라 국가에 기부채납되는 가운데 결국 학생·학부모 부담으로 국가 자산을 매입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진후 의원은 “정부가 국립대 설립·운영자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국립대 운영경비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불법으로 기성회비를 징수해 부담시켜왔다”며 ”교육부는 이를 시정하기보다 내년부터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통합․징수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번 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기성회비 상당부분이 정부가 부담하지 않은 부족분 충당에 쓰여 기성회비를 폐지하고 정부 국고 지원으로 대체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학생들의 부담도 절반으로 줄어 당장 국립대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