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엄마의 보따리 안에는’ 사연에 권효가 화제

2014-09-19 12:55

[사진출처=오뚜기 블로그]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치매 엄마의 보따리 안에는’ 사연에 권효가(勸孝歌)가 화제다.

블로거 오뚜기(dhrwls30)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권효가를 게재했다. 권효가는 자식들에게 전하는 시로, ‘父生母育 恩高如天 (부생모육 은고여천) 靑春夫婦 不孝父母 (청춘부부 불효부모). 女息出嫁 厭媤父母 (여식출가 염시부모) 子息婚後 急忙分家 (자식혼후 급망분가)’로 시작된다.

‘부생모육 그 은혜는 하늘같이 높건만 청춘남녀 많은데도 효자호부 드물구나. 출가하는 딸아이는 시부모를 싫어하고 장가드는 아들네는 살림나기 바쁘도다’라는 뜻이다.

‘其子作亂 自喜作笑 (기자작란 자희작소) 父母訓戒 不聽外面 (부모훈계 불청외면). 其子喧聲 傾聽好樂 (기자훤성 경청호락) 父母再言 厭聽無關 (부모재언 염청무관)’은 ‘제 자식이 장난치면 싱글벙글 웃으면서 부모님이 훈계하면 듣기 싫어 외면하고 시끄러운 아이소리 듣기 좋아 즐겨하며 부모님이 두말하면 잔소리라 관심없네’라고 꼬집는다.

‘子女汚便 以手自執 (자녀오변 이수자집) 父母流唾 思濊不近 (부모유타 사예불근) 持來菓子 與子之手 (지래과자 여자지수) 爲親賈肉 全無一斤 (위친가육 전무일근)’이라는 부분은 ‘제 자식의 오줌똥은 손으로도 주무르나 부모님의 흘린 침은 더럽다고 멀리하고 과자봉지 들고와서 아이 손에 쥐어주나 부모위해 고기 한 근 사올 줄은 모르도다’라고 이어진다.

‘愛犬病臥 急走病院 (애견병와 급주병원) 老親發病 子謂老患 (노친발병 자위노환) 父母養子 一養十子 (부모양자 일양십자) 子厭父母 十子一厭 (자염부모 십자일염)’이라는 부분은 ‘개가 아파 쓰러지면 가축병원 달려가며 늙은부모 쓰러지면 노환이라 생각하네. 열자식을 키운 부모 한결같이 키웠건만 열자식은 한부모를 귀찮다고 생각하네’라고 현실을 반영했다.

‘爲子用錢 不惜天金 (위자용전 불석천금) 爲親用殿 只惜一分 (위친용전 지석일분) 與子出外 外食多頻 (여자출외 외식다빈) 侍親一出 外食至難 (시친일출 외식지난)’은 ‘자식 위해 쓰는 돈은 계산없이 쓰건만은 부모 위해 쓰는 돈은 계산하기 바쁘구나. 자식들을 데리고서 바깥 외식 자주하며 늙은부모 모시고는 외식 한 번 힘들구나’라는 뜻이다.

‘生前不孝 死後何孝 (생전불효 사후하효) 以禮訃告 接受賻儀 (이례부고 접수부의)’ 부분은 ‘살아생전 불효하고 죽고나면 효심날까. 예문갖춰 부고내고 조문받고 부조받네’로 효는 지금 바로 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汝身所重 思親思德 (여신소중 사친사덕) 郎君所重 尊媤父母 (낭군소중 존시부모). 死後不悔 生前盡孝 (사후불회 생전진효) 天授貴福 子女孝親 (천수귀복 자녀효친)’은 ‘그대 몸이 소중하면 부모은덕 생각하고 서방님이 귀허거든 시부모를 존중하라. 가신 후에 후회 말고 살아생전 효도하면 하늘에서 복을 주고 자식에게 효를 받네’라고 조언했다.

한편, 부산지방경찰청은 18일 “지난 15일 오후 2시쯤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에 할머니 한 분이 보따리 두 개를 들고 한 시간째 동네를 서성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경찰서에 따르면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딸이 아기를 낳고 병원에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지만 딸이 아기를 낳았다는 사실 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

경찰은 인근 주민이라고 판단하고 수소문 끝에 할머니의 이웃을 찾아내 딸이 입원한 부산의 한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병원에 도착한 치매 걸린 엄마는 보따리 안에서 미역국, 밥, 반찬, 이불 등을 꺼내 “어서 무라”(어서 먹어라)고 말했고, 딸은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치매 엄마의 보따리 안에는 딸을 위한 선물이 가득했다.

경찰은 ‘치매를 앓는 엄마가 놓지 않았던 기억 하나’라는 제목으로 이 사연을 소개해 온라인 상에서 큰 화제를 끌었다.